글로벌 ETF 잔고 12조7050억 달러 ‘사상 최대’

입력 2024-05-1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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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종목 ETF 증가에 투기 자금 끌어들여
비트코인 현물 ETF 등 신규 자산 접근성 개선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8일(현지시간) 트레이더가 주가를 살피고 있다. 뉴욕(미국)/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액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개별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데다가 단일 종목 ETF, 비트코인 현물 ETF 등 다양한 투자 상품이 투자자들의 뭉칫돈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1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전 세계 ETF의 3월 말 기준 잔액은 전년 말 대비 9% 증가한 12조7050억 달러(약 1경7400조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분기 증가한 ETF 잔액만 1조710억 달러다.

설정에서 해지 등을 제외한 1분기 순유입액은 3976억 달러로, 2021년 1분기를 제외하고는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화 잔액은 2018년 말 이후 5년 만에 2.6배로 불어났다.

이는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 등 단일 종목을 대상으로 하는 ETF가 늘고 있는 데다가, 가상자산 비트코인 등 새로운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수용처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주가 상승에 따른 편입 자산의 가격 상승과 더불어 신규 자금 유입도 ETF 잔고를 끌어올렸다.

ETF는 증권거래소 등에 상장된 투자신탁으로 개별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 가격 투명성과 유동성이 높다. 운용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동종 비상장 투자신탁보다 일반적으로 수수료가 저렴하기도 하다. 미국투자신탁협회(ICI)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액티브형 주식 ETF의 가중평균 비용률은 0.43%로 같은 유형의 미국 주식형 투자신탁(0.65%)보다 낮았다.

ETF는 투기 자금도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와 테슬라 등 미국 주식 1종목만을 편입한 단일 종목 ETF가 늘고 있다. 레버리지를 활용하거나 현물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도 매도부터 투자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모닝스타 다이렉트에 따르면 미국 단일 종목 ETF 잔고는 3월 말 기준 약 70억 달러에 달했다.

올해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면서 새로운 자산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 가상화폐거래소 계좌를 거치지 않고도 증권 계좌를 통해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EC가 승인한 11개 ETF의 순자산 잔액은 60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비상장 투자신탁 대비 ETF의 우위가 뚜렷하다. 미국 조사기관 EPFR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식형 미국 비상장투자신탁에서 677억 달러가 순유출됐지만, ETF에는 1290억 달러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ETF의 주요 이용자는 기관투자자다. 미쓰비시UFJ자산운용의 쿠보타마미 시니어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는 매니지드 어카운트나 확정기여형 연금을 통한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은행이나 보험사 등 금융기관의 ETF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

ETF의 인기를 바탕으로 기존 비상장 투자신탁을 ETF로 재구성하는 ‘전환’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3월 채권형 투자신탁 2개를 ETF로 전환해 상장했는데, ETF가 보유한 개별 종목의 상황을 매 영업일마다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등 비상장 투자신탁에 비해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PwC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ETF 잔고가 연간 두 자릿수 증가해 2028년 중반까지 19조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에서도 올해 1월 시작된 신 N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계기로 개인들의 이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ETF 시장의 확대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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