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으로 돌아간 도종환…"12년 정치 인생, 이번 시집에 담았다"

입력 2024-05-1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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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국회의원ㆍ문체부 장관까지 지낸 시인이자 정치인
윤석열 정부 문화ㆍ예술 예산 삭감…'야만적 행동' 비판
"정치와 문학, 사회가 진보하길 바란다는 점에서 같아"

12년간 국회에서 일하는 동안 고뇌한 흔적들을 이번 시집에 담았다.

▲도종환 시인이 14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도종환 시인은 "정치판에서 보낸 시간을 어떤 문장으로 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도 시인은 "정치판에서 겪었던 일들을 추수문장(秋水文章), 즉 가을 물같이 맑은 문장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그렇게 담겼는지는 여러분들이 평가해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추수문장은 백범 김구 선생이 수당 정정화 선생에게 써준 휘호 '춘풍대아능용물 추수문장불염진(春風大雅能容物 秋水文章不染塵)'에 있는 단어다. '봄바람처럼 큰 아량은 만물을 용납하고, 가을 물같이 맑은 문장은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도 시인은 3선 국회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지내며 12년간 정치에 몸을 담았다. 이번 시집은 올해로 등단 40년을 맞은 그가 8년 만에 선보인 신작이다. '예술인고용보험제도'를 도입하는 등 예술인 복지를 위해 힘썼던 그가 정치를 하며 느꼈던 고뇌가 담긴 시집이다.

그는 '정치'와 '문학'의 공통점에 대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고민하는 점'을 꼽았다. 도 시인은 "정치는 정책과 예산 등으로 세상을 바꾼다. 문학은 정서적으로 서서히 영향을 준다. 영역은 다르지만, 추구하는 방향에서 같은 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하면서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누군가 '그래서 그렇게 만들었나?'라고 묻는다면, '마당만 좀 쓸다가 왔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말을 이번 시집에 썼다"라고 전했다.

이번 시집의 제목은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이다. 제목에 대해 도 시인은 "정오는 가장 따뜻하고 밝은 시간이다. 그로부터 가장 멀다는 건 어둡고, 거칠고, 살벌한 시간을 의미한다"라며 "그런 시간에도 별이 있고 달이 있다. 어둠을 성찰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시인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도종환 시인이 14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 시인은 예술인들의 정치 참여를 권장했다. 그는 "예술인 후배들이 정치에 뛰어든다면 말리진 않는다"라며 "다만 권력을 따뜻하게 써야 한다. 주어진 권력을 선하게 사용해야 한다. 단지 자리를 탐하려면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도 시인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문화ㆍ예술 분야 예산이 대폭 삭감된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문학, 출판, 영화 등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현 정부의 중요 요직에 있는 사람들, 특히 문체부에 있는 사람들은 문학과 영화 등 예술 영역은 좌파가 장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좌파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문화ㆍ예술 예산을 삭감해도 된다고 여기는데, 이는 편견이고 잘못된 진단이다. 야만적인 행동"이라며 "다음 국회에서 삭감된 예산을 복원하는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도 시인은 '너는 왜 거기 있는가'라는 제목의 산문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2년 처음 등원하는 날 의원실에 근조 리본이 달린 화분이 왔다. 시인 도종환이 죽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 화분을 잘 가꾸고 있다. 그 화분을 볼 때마다 '나는 죽었는가?', '나는 끝났는가?'를 늘 질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그 화분을 서재에 두고 똑같은 질문을 할 것이다. 문학을 하다가 왜 내가 정치를 하게 됐는지 등 관련 경험들을 산문으로 쓸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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