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식품업계...가격인상 압박 눈치만

입력 2024-05-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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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웰푸드ㆍ동원F&B 영업익 증가...CJ제당ㆍ오리온도 호조

소비자단체, 호실적 불구 가격 인상 결정 '유감'
정부, 제품 가격 인하 압박…식품업계 '노심초사'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김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올 1분기 식품업체들이 고물가 기조에도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원자재·인건비 상승 등으로 가격 인상 요인은 충분하지만, 호실적을 이유로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웰푸드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7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은 9511억 원으로 0.9% 줄었지만 재고 소진과 인도·카자흐스탄 등 해외 사업 성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동원F&B는 1분기 매출액 1조 1190억 원, 영업이익 49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14.8% 증가한 수치다.

CJ제일제당, 오리온 등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2.9% 늘어난 7조2792억 원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은 352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3% 증가할 전망이다. 오리온도 매출 7461억 원, 영업이익 12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4%, 25.6%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시장 수요 증가와 K푸드 열풍에 따른 해외 수출 확대 특수 덕분이다.

라면업체들도 K라면 인기에 힘입어 호실적을 예고한 상태다. 농심은 1분기 매출액 9030억 원, 영업이익 65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 2.6%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낸 오뚜기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8604억 원, 668억 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각각 4.6%, 2.2% 증가한 수치다. ‘불닭 신화’ 삼양식품의 매출액은 322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4%, 영업이익은 무려 74.9% 늘어난 417억 원 기록할 전망이다.

이런 호실적에도 식품업계는 함박웃음을 짓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가 호실적을 이유로 가격 인하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 그간 주요 식품업체들은 원재료 가격, 인건비 등 제조비 상승을 내세우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 아래 가격 인상을 미루거나 자제할 수 밖에 없었다. 롯데웰푸드가 이달초 예고한 17종 제품 가격 인상 시기를 다음달로 늦춘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CJ제일제당, 풀무원, 오뚜기 등도 정부의 요구로 가격 인상을 철회한 바 있다.

소비자단체도 식품업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식품사들이 원재료와 환율이 하락하던 긴 기간 동안 소비자 가격의 인하 없이 이익을 누렸음에도, 원재료 및 가격 상승 원인이 생길 때마다 곧바로 가격 인상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했다.

식품업계는 제품 가격에 원재료 상황만 고려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원재료 가격이 하락해도 인건비, 전기요금 등 타 비용이 오른 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대내외 악재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불가피하게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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