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급’ 공모주 HD현대마린 청약 후 폭증해
증시 관망세 짙어진 영향
투자 열기 지표 투자자예탁금은 감소세
증권가 “박스피 시기, 장기 투자 고려해야”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가 역대 최대치를 반복해서 경신하고 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MA 잔고는 전날 기준 83조8411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보다 12%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앞서 CMA 잔고는 4월 중순 82조 원대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었다. 다만 대어급 기업공개(IPO)로 꼽히던 HD현대마린솔루션이 공모주 청약에서 흥행을 거두면서 CMA에 넣어뒀던 뭉칫돈이 청약 증거금으로 크게 유출됐었다. 실제 HD현대마린솔루션 일반청약으로 4월 말 71조 원대까지 급감하기도 했다.
대어급 공모주 청약이 끝난 이후 CMA 잔고가 또다시 급증한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증시를 관망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CMA는 증권사가 고객이 맡긴 돈을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한 뒤 그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으로, 주식 투자에 투입되지 않은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분류돼서다.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이 발표된 후에도 시장에서는 명확한 주도주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코스피 지수는 2700선을 벗어나지 못하며 박스권에 머무르자, 투자자들은 단기 상품에 자금을 넣어두고 대기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투자 관망세가 짙어지며 CMA와 같은 증시 대기성 자금이면서도 주식 투자 열기를 가늠할 수 있는 투자자예탁금은 줄어들고 있다. 전날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5조4821억 원으로 집계됐다. 60조 원에 달하던 연초보다 7%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일부 투자자는 자금을 증시 근처에 대기시켜 두고 투자처를 찾고 있지만, 일부는 이미 증시를 떠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당장 마땅한 투자처가 없을 때일수록 장기 투자를 고려하며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첫 번째 실적 시즌을 지나며 올해 실적의 방향도 가늠할 수 있게 됐으며, 주도 업종을 찾아 상승하는 종목을 뒤따라 사기보다는 긴 호흡에서 괜찮은 종목을 찾는 쪽이 더 나은 투자 방법이 될 것”이라며 “주도주보다는 종목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