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곤란’으로 사망한 군인… 법원 “국가유공자 아냐”

입력 2024-05-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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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육군 근무 중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군인에게 국가유공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국가보훈처의 결정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대 판사)는 원고 A씨가 서울북부보훈지청장을 대상으로 청구한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원고 A씨의 아들 B씨는 2020년 육군에 입대해 보병사단에서 근무하기 시작했으나, 이듬해 소초 근무 도중 갑작스러운 복통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A씨는 사단 의무대를 거쳐 강원 동해시 소재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당일 원인불상의 심정지로 사망했다. 사망진단서상 사인은 ‘갑각류에 의한 아나필락시스로 추정’으로 기재됐다.

A씨 부대행정업무 면담 기록상에는 ‘생새우 알레르기가 있다’는 취지의 기재가 존재했고 사망 당일을 포함해 총 23회 냉동새우가 포함된 짬뽕 찌개가 배식된 사실도 확인됐다.

육군 사망 심사위원회는 이에 2021년 12월 A씨의 사망과 공무간 인과관계 인정된다는 이유로 순직 결정을 내렸고, 원고 A씨는 이를 근거로 2022년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다.

문제는 보훈처가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이 원인이 돼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하면서 불거진다.

A씨는 이에 이번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 사망진단서에 ‘갑각류에 의한 아나필락시스로 추정’이라고 기재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당시 B씨의 사망을 진단한 병원 주치의가 “(혈액)검사결과로는 아나필락시스를 추정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증언한 내용을 보다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았다.

주치의는 “다만 주변인들의 진술과 사망 당일 갑각류가 들어간 음식을 먹은 후 증상이 발생한 점을 근거로 사인을 갑각류에 의한 아나필락시스로 추정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B씨가 직무수행 중에 사망한 만큼 보훈보상자법상 보훈보상대상자(재해사망군경) 요건에는 해당하지만, 국가유공자법상 국가유공자(순직군경) 요건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이유다.

A씨는 부대 근처에 응급처치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부재했고, B씨가 쓰러졌을 당시 간부나 군의료관계자들의 적절한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이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국가배상 청구의 이유가 될 수는 있어도 여전히 국가유공자 요건의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가유공자의 경우 그 부상의 '주된 원인'이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이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면서 “국가유공자 인정 요건에 대한 증명책임은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하는 원고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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