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중국 주요은행, 러시아와 거래 사실상 중단…미국 제재 우려”

미국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주요은행이 러시아와 송금 및 거래를 제한하고 나섰다. 양측 일부 기업은 가상자산을 포함한 비밀스러운 거래로 이를 대신하기 시작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 상황에 정통한 7명의 무역 및 은행 소식통의 발언을 종합해 “러시아를 상대로 한 중국의 소규모 수출 업체들이 송금과 거래대금 결제 등에서 점점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주요은행의 러시아 자산 변동 추이. (출처=로이터통신)

로이터는 “중국의 주요 은행이 러시아 거래를 중단함에 따라 러시아 수출을 이어온 일부 중국 기업은 러시아 국경에 자리한 소형 은행 또는 자금 중개인 등으로 송금 채널을 전환 중”이라며 “일부는 금지된 암호 화폐를 통해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수출 기업 가운데 한 곳은 로이터통신에 “공식 채널을 사용하면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없다”라며 “중국 대형 은행은 이제 러시아에서 대금을 결제하거나 송금하는 데 수개월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비정상적인 결제 채널을 이용하거나 (수출)사업을 축소해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주요은행의 이런 태세 전환은 러시아 경제 제재를 시작한 서방국, 특히 미국의 제재가 중국 은행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중국 4대 국영은행 중 한 곳은 로이터통신에 러시아와의 거래 중단과 관련해 “불필요한 문제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한 무역기관 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거래는 점점 더 지하 채널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면서도 “이 방법 역시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를 부정했다. 이들은 공식입장을 통해 “중국 기업인이 은행을 통해 러시아에 대금을 지급하거나 정산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중국 인민은행과 중국 금융 규제국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앞서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금요일 베이징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 장관을 5시간 30분 동안 만난 뒤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혹한 침략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라며 “이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