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바꾼 현대전 양상…존재감 잃은 탱크 킬러

▲현대전에서 드론의 효율성이 주목받고 있다. 한때 지상전의 최강자로 불렸던, 1대당 가격이 100억 원에 육박하는 탱크를 파괴하는 드론의 가격은 50만 원 안팎이다. (게티이미지)

동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에 값싸고 효율성이 뛰어난 무기가 속속 등장했다.

탱크 킬러로 불리 공격용 헬리콥터의 가격은 1대당 300억 원 안팎. 그러나 이 역할을 50만 원짜리 드론이 해내기 시작하면서 방위산업의 방향성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4일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ㆍ로이터통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ㆍ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는 첨단 기술을 접목한 재래식 무기가 주목받고 있다. 거꾸로 존재감이 컸던 일부 무기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먼저 ‘지상전 최강자’로 군림해온 탱크는 존재의 당위성을 상당 부분 잃었다. 탱크 1대의 값은 우리 돈으로 수십억 원, 많게는 100억 원에 육박한다. 반면 이를 파괴하는 자폭 드론은 대부분 50만 원짜리다.

▲산악지형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이른바 '탱크 킬러'로 불리는 공격 헬기의 역할론이 크다. 다만 NYT를 포함한 주요 외신은 "드론의 등장으로 공격 헬기의 효율성이 점차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제공=방위사업청)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차 공격용 전투 헬리콥터, 즉 ‘탱크 킬러’의 존재감은 이전보다 하락했다. 탱크를 잡기 위해 도입한 공격 헬기 아파치의 대당 가격은 300억 원에 달한다. 이를 고려하면 자폭 드론의 효율성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물론 산악 지형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공격용 헬기는 여전히 존재의 당위성이 크다. 다만 하나를 잃고 하나를 얻는, 이른바 교환 비율을 따져보면 향후 드론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드론 수십 개를 날려서 적 탱크 한 대를 잡을 수만 있다면 드론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아예 드론에 맞서는 새 방법도 등장했다.

가장 먼저 전파 교란(jamming)이다. 무선항법 등을 방해하는 방어용 전자 기술이다. 이미 일반화된 방식이지만 낮게 날아오는 드론의 전파를 방해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자칫 아군의 통신과 지대공 공격까지 먹통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특정 전파만 골라서 막아내는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단순하게 목표물 앞에 두고 스스로 폭발하는 자폭드론부터 정찰과 정밀 타격 등 다양한 임무에 드론이 활용되고 있다. 사진은 드론 공격을 가정한 상상 이미지. (게티이미지)

때 아닌 사냥용 산탄총도 등장했다. 산탄총은 한번 발사하면 200~300개의 작은 탄환이 흩어지며 발사된다. 유효 사거리가 짧지만 타격 범위가 넓은 만큼, 낮고 느리게 날아오는 드론을 격추하는 데 적절하다.

NYT는 “우크라이나에서는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해 산탄총을 동원하거나 낚시용 그물까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NYT가 보도한 ‘낚시용 그물 방어’의 원리는 단순하다. 아군을 위협할 상대편 드론이 날아오면, 아군의 드론이 그 위로 날아가 낚시용 그물을 떨어트리는 방식이다. 회전 로터와 그물이 뒤엉키면 드론은 그 자리에서 쉽게 추락한다.

드론의 등장으로 현대전은 다양한 양상으로 거듭나고 있다. 작은 곤충만한 드론부터 웬만한 항공기 크기에 버금가는 드론까지 역할과 규모도 다양해졌다. 동시에 이들을 막아낼 갖가지 방법과 대안도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