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민주화 운동’ 세계에 알린 테리 앤더슨 전 AP 특파원 별세

입력 2024-04-2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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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ㆍ레바논 전쟁 취재로 납치돼
7년 가까이 고문 겪다가 풀려나

▲고인이 된 테리 앤더슨 전 AP통신 기자. AFP연합뉴스

1980년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전 세계에 알린 테리 앤더슨 전 AP통신 특파원이 21일(현지시각) 별세했다.

AP는 이날 앤더슨 전 특파원이 뉴욕주 그린우드 레이크에 있는 자택에서 운명을 달리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사망 원인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받은 심장 수술에 따른 합병증으로 추정된다.

고인은 광주 5·18 민주화운동 현장을 직접 취재해 그 실상을 보도한 것으로 한국에 잘 알려졌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부는 1980년 5월22일~26일까지 앤더슨 전 특파원이 취재한 기록 원본과 관련 보도자료 등을 2020년 공개했었다.

그는 기사에서 “광주 시민들은 기자들과의 담화에서 시위는 처음에 평화롭게 시작됐으나, 공수부대들이 일요일과 월요일 오전 시위자들을 무자비하게 소총과 총검으로 진압하면서 격렬한 저항으로 변했다고 말했다”고 썼다.

고인은 미국에서는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전쟁을 취재하다가 1985년 무슬림 시아파 헤즈볼라에 납치돼 7년 가까이 구금됐다 풀려난 것으로 유명하다.

동료와 휴일에 테니스를 치다가 납치된 그는 이란이 1991년 12월 그의 석방을 중개하기 전까지 7년 가까이 레바논에 억류돼 고문을 당했다. 앤더슨의 자서전 ‘사자들의 소굴(Den of Lions)’에서는 사슬에 묶이고, 구타당하고 살해 위협을 받는 등의 경험이 설명돼 있다. 레바논에 납치된 미국인 중 가장 오래 구금된 기록을 세웠다.

미국의 군인신문인 스타스앤드스트라이프스의 로버트 H. 레이드 편집장은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용감하고 강인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면서 “그가 납치됐을 때 우리는 분명히 걱정했지만,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틀림없이 테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레바논에서 7년 가까이 납치된 후 석방된 지 하루 만인 1991년 12월 5일 테리 앤더슨 전 AP통신 기자가 독일 비스바덴의 공군병원에 도착해 활짝 웃고 있다. 앤더슨은 21일 7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AP연합뉴스

1947년에 오하이오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해병대에 입대했다. 이후 일본, 베트남 등에 파병됐다. 23살에 하사관으로 군대를 떠나기 전까지 이러한 군대에서 경험은 향후 종군 특파원으로 활약 시 밑거름이 됐다.

제대 후 그는 아이오와주립대학교에서 저널리즘과 정치학 학위를 취득하고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다가 AP에 입사했다.

레바논에서 납치돼 송환된 이후에는 여러 대중 연설을 하고 플로리다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쳤다. 또 베트남 아동 기금, 언론인 보호 위원회, 노숙 퇴역 군인 등을 위한 여러 인도주의적 활동에 참여했다.

그는 석방 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고통받았다. 2016년 CNN과의 인터뷰에서 앤더슨은 포로 생활에 대해 자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란 동결 자산 수백 만 달러를 억류 보상금으로 받았으나, 투자 실패 등으로 대부분을 잃고 2009년 파산 신청을 했다고 전해졌다.

앤더슨의 딸 술로메는 “아버지는 인질로 잡혀 있는 동안의 기억으로 괴로워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조용하고 편안한 평화를 찾았다”며 “아버지는 최악의 경험(납치)이 아니라 베트남 어린이 기금 조성, 언론인 보호 위원회 활동 등 인도주의적 활동 등으로 기억되길 원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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