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 삼대' 황석영 "부커상, 이번에는 내가 받아야…85세까지 글 쓸 것"

입력 2024-04-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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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최종 수상작, 내달 21일 런던에서 발표

십여 차례 국제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옛날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에는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이상하다. 누가 나에게 욕망을 저어하지 말라고 하더라. 욕망을 자기화하라는 것이다. 그 말도 일리가 있는 듯해서 이번엔 내가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바꿨다.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철도원 삼대' 부커상 최종후보 선정 기자간담회에서 황석영 작가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철도원 삼대' 부커상 최종후보 선정 기자간담회에서 황석영 작가는 "만약 부커상을 받으면 그다음에는 책을 몇 권 더 써서 다음 상을 받아야겠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철도원 삼대'는 구상부터 집필까지 30년이 걸렸다. 철도원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한반도의 역사를 조명한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철도원 삼대'(영문판 Mater 2-10, 번역 김소라·배영재)를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숏리스트) 6편 중 하나로 발표했다. 지난 3월에 공개된 1차 후보 13편을 대상으로 한 이번 발표에서 아시아권에서 최종후보에 오른 작품으로는 '철도원 삼대'가 유일하다. 황 작가는 2019년 '해질 무렵'으로 같은 부문 1차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심사위원회는 "이 작품은 현대 산업노동자들의 삶을 반영하는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이며, 황석영이 30년을 바친 최고의 걸작"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창비)

황 작가는 "소설의 배경인 영등포는 내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다. 오랜만에 쓰면서 즐거웠던 소설이다. 근데 평론가들은 내가 괴롭고 힘들게 쓴 작품을 좋아하더라"라며 "78세 때 이 소설을 썼는데, 매주 50매를 마감했다. 그걸 1년 반 동안 했으니 엄청난 분량이다. 그럼에도 신나게 썼다"라고 밝혔다.

집필 이유에 대해 황 작가는 '근대의 극복과 수용'을 꼽았다. 그는 "동아시아는 포스트 모던 사회에 진입해 있는 모양을 갖추고 있지만, 내용으로 볼 땐 아니다"라며 "일본, 중국도 마찬가지고 한국은 분단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작가는 "과거에 나는 분단시대 작가로서 문학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근대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다만 근대로부터 좋은 건 수용하면서 극복하는 게 옳다. 남이 준 것도 있지만, 우리 고유의 것도 있으니까. 나는 (후자를) 재확인하기 위해 문학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철도원 삼대' 부커상 최종후보 선정 기자간담회에서 황석영 작가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철도원 삼대' 번역은 김소라ㆍ배영재 씨가 맡았다. 황 작가는 "번역에 관해선 절대로 참견하지 않는다. 다만 번역가가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내가 주석 달듯이 며칠 동안 작업해서 보내준다. 그 뒤로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올해로 82살이 된 황 작가는 여전히 창작욕이 왕성하다. 이날 그는 기자들에게 앞으로 홍범도, 최시형 등 근대 인물들을 주제로 2~3권의 책을 더 쓰고 싶다고 밝히며 "85세까지만 소설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82살이 뭔가. 뒷간에 잠시 갔다 왔더니 인생이 다 지나가 버렸다. 징역을 갔다 오니 10년을 허송으로 보냈다. 그건 좀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웃었다. 이어 "여기 있는 기자분들이 앞으로 5년은 더 문학 담당을 한다면, 내가 죽는 모습도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커상 최종 수상작은 내달 21일 런던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수상 작가와 번역가에게 모두 5만 파운드(약 8천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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