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데 병원에선 ‘이상 없다’…신체증상장애, 불안·분노가 통증 키운다

입력 2024-04-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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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원인 없이 신체증상 지속…삶의 질 저하·우울증 유발

▲박혜연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불안과 분노가 ‘신체증상장애’ 환자의 통증을 더 심각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박혜연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아주대 박범희 교수)은 신체증상장애 기전을 탐색하기 위해 신체증상장애 환자 74명과 건강한 대조군 45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같이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신체증상장애는 신체 감각이나 자극, 감정, 스트레스를 처리하고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의 기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MN은 멍한 상태이거나 명상에 빠졌을 때 활발해지는 뇌 영역이다.

연구팀은 휴식상태의 기능적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혈액검사, 임상심리학적 검사, 혈액 내 신경면역표지자, 임상증상점수(신체증상, 우울, 불안, 분노, 감정표현 장애)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신체증상 환자들은 대조군과 비교하면 더 심각한 신체증상과 기분증상(우울, 불안, 분노)을 보였고, 일부 DMN의 연결성이 저하됐다. 특히, 불안과 분노가 신체증상과 DMN의 기능적 연결성 관계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하거나 화가 날 때 복통이나 어지럼증과 같은 통증을 더 심하게 경험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는 기분이 통증 등 감각을 제대로 인식하고 처리하는 DMN의 기능을 저하해, 왜곡된 감각 처리를 유발해 신체증상을 증폭시키거나 과반응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분노는 위액 분비, 내장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증가시켜 기능적 위장장애나 복통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신체증상의 기전을 다양한 기분증상에 초점을 맞춰 뇌 기능적 연결성 및 신경면역지표 등 다차원적 요인으로 탐색한 최초의 연구다. 기분이 뇌 기능에 매개적 역할을 수행해 신체증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해 의의가 있다.

박 교수는 “불안이나 분노 등 기분증상이 동반된 신체증상장애 환자에게는 기분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신체증상을 완화할 수 있음이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며 “DMN가 신체증상장애에 주요한 허브임을 확인해, 관련된 인지행동치료나 신경자극치료 등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뇌과학 분야 저명 학술지인 ‘뇌, 행동 면역(Brain, Behavior and Immunity, IF 15.1)’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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