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IPO 앞두고 환경사업 수익성 개선 '쉽지 않네' [비상장건설사 실적 돋보기③]

입력 2024-04-12 09:00수정 2024-04-1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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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 사옥 전경. (자료제공=SK에코플랜트)

종합환경기업으로의 리밸런싱을 마친 SK에코플랜트가 IPO(기업공개)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과감한 M&A(인수·합병)를 거쳐 한 식구가 된 환경 기업들과의 시너지가 기대를 밑돌면서 관련 수익성 개선이 과제로 떠올랐고 차입금이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말 SK그룹 대표이사 출신 장동현 대표를 신규 선임하며 IPO에 전사적 힘을 싣고 있다. 장 대표와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의 과제가 최상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구축인 만큼, 환경사업의 수익성 재고와 차입금 관리가 요구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8조9251억 원, 영업이익은 17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8.2%, 11.2% 증가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플랜트는 작년 전체 매출액의 32.43%인 2조894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 또한 611억 원으로 증가했다. 건축·주택의 매출액은 2조1047억 원으로 직전 년도(1조5660억 원) 대비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72억 원으로 전년(318억 원) 대비 45.9% 감소했다.

신사업을 영위하는 환경부문은 1조3569억 원(15.2%), 에너지는 1조6739억 원(18.8%)으로 총 3조309억 원(34%)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수익성 면에선 온도 차를 보였다. 지난해 환경사업의 영업이익은 8900만 원으로, 전년(311억 원) 대비 99.9% 급감했다. 전체 영업이익 기여도 역시 0.05%에 그쳤다. 사실상 적자를 간신히 면한 셈이다. 그나마 에너지 부문이 전년(667억 원) 대비 소폭 늘어난 707억 원을 벌어들여 체면치레를 했다.

이에 대해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환경 부문 수익성 감소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T) 기반 시스템 구축 등 설비 고도화 등의 영향"이라며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누계 약 198억 원 적자에서 점차 적자 폭을 줄여가며 연말 기준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제반 비용이 반영된 금액이라고 해도 핵심사업으로 육성 중인 환경부문에서 수익성이 떨어진 것은 뼈아프단 지적이다. 단순히 수익성 악화를 떠나, SK에코플랜트의 재무 부담이 수년 째 가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에코플랜트의 재무 안전성은 환경·에너지 사업 다각화를 본격화한 2020년 이후부터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다. 먼저 미청구 공사액 규모는 2021년 5736억 원→2022년 9889억 원→2023년 1조2291억 원으로 3년 연속 증가세다. 같은 기간 재고 자산 또한 3521억 원→3866억 원→7056억 원으로 불어났다.

현금흐름도 정체 국면이다. 작년 당기순이익은 336억 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부채총계도 10조 원을 넘어섰다. 순이익이 늘수록 늘어나는 이익잉여금과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각각 1조3433억 원, 1조1748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더해 영업활동현금흐름과 투자활동현금흐름 모두 3년 내리 손실 영역을 맴돌고 있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오른쪽 세번째), 한화진 환경부 장관(오른쪽 네번째)이 서울시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환경부와 '폐배터리 재생원료 인증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협약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제공=SK에코플랜트)

특히 단기차입금의 증가세가 매섭다. 지난해 단기차입금은 2년 전(5963억 원) 보다 104% 급증한 1조2179억 원으로 불어났다. 1년 내 상환의무가 있는 만큼 과다하게 불어날 경우 기업의 재무상태와 신용상태가 악화해 비싼 이자를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실제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이자 비용으로만 2873억 원을 지출했다. 이자 비용은 2021년 827억 원, 2022년 1530억 원으로 매년 증가세다.

이에 대해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전사 사업계획에 맞춰 전략적으로 투자한 건으로 차입 규모는 관리 가능한 범위"라며, "환경·에너지 사업 밸류체인 완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는 대부분 마무리가 됐으며 재무건전성 개선 및 내적성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조금 차이가 있다. A 증권사 연구원은 "3년 연속 현금흐름이 악화한 것은 투자 비용을 회수할 만큼 수익창출력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신용등급과 밸류에이션 재고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수익성 악화는 IPO 추진에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SK에코플랜트는 3년 간 연결 기준 약 4조1800억 원 가량을 투입해 공격적인 볼트온(Bolt-On·동종기업 추가인수) 전략을 추진했다. 작년 말에는 장시간 SK그룹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책임진 장동현 SK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을 각자대표로 신규 선임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지주사의 부회장급 대표를 보낸 만큼 성공적인 IPO를 위한 드라이브를 건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환경 사업의 이익 창출력이 기대를 밑돌면서 IPO 행보에 제동이 걸린 분위기다. 현재까지 인수한 환경업체들의 연간 합산 EBITDA(에비타·상각 전 영업이익)는 1000억 원 내외에 그친다. 향후 현금창출력 제고가 지연될 경우 인수자금을 회수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차입규모가 크게 늘어난 점은 신용도까지 제약할 수 있다.

B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IPO가 늦어지는 이유는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며 "시장에선 친환경 업체들을 고점에 인수했다고 평가하는데 정작 인수합병에 따른 시너지는 뚜렷하지 않다"며 "환경 부문 에비타가 충분히 올라올 때까지 건설이 버텨줘야 하는데, 고금리 기간 차입을 많이 일으켜서 회사를 키운 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IB 업계를 중심으로 매출 기여도가 높은 '알짜' 연결 회사인 SK오션플랜트와 SK테스의 매각 설도 나온다. SK에코플랜트 측은 매각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지만, 시장에서는 의심의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선 SK오션플랜트 등 핵심 자회사를 매각할 경우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환경사업 실적 악화와 업황 침체까지 맞물리면서 높은 몸값은 무리라는 게 중론이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당시 3~4조 원의 몸값을 책정 받았다. 현재는 장외 시장인 K-OTC(4월11일 기준)에서 약 2조 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높은 멀티플을 받기 위해 알짜 환경 자회사를 팔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라면 IPO 연기는 피할 수 없을 것이고, 4조 원 대 이상의 몸값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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