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당 돌풍ㆍ대통령과 거리두기...달라진 총선 공식[4.10 총선]

입력 2024-04-10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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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국힘·3지대·조국 등 매달 민심 출렁…비방전은 여전
여야 공보물에 빠진 대통령·野수장…비호감도 의식한 듯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일인 10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제5투표소(한아름쇼핑센터 으뜸안경)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22대 총선의 특징은 선거 종반 양대 진영 총결집 직전까지 지속된 선거 구도·민심 등 풍향 변화다. 중도층 이탈 등 부정 여론을 의식한 여야 후보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진을 공보물에 적극 활용하지 않은 점도 이전 선거와 구분되는 점이다. 정당과 후보 검증, 거대 정책 담론이 실종된 사생결단 비방전이 연일 선거판을 수놓은 것은 과거와 다르지 않았다.

우선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총선이 임박한 시점까지 선거 구도와 민심이 시시각각 요동쳤다. 당시 구속영장 기각과 보선 압승을 바탕으로 이 대표와 민주당의 바람이 불었다. 민주당 내에서 '범야권 200석 가능론'이 공개적으로 언급된 시기다. 이후 정부여당은 '운동권 청산'을 내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판을 계기로 연말연초 지지율 반등에 성공했다. 2월 중 민주당의 극심한 공천 파동까지 맞물리면서, 한 여론조사에서 1년 만에 민주당 지지율을 역전했다는 성적표를 받아들기도 했다.

연초에는 비주류로 밀려난 전직 대표가 창당(개혁신당 이준석·새로운미래 이낙연)에 나서면서 강력한 제3지대 바람도 불었다. 하지만 설 연휴 중 가까스로 성사된 이준석·이낙연 대표의 제3지대 빅텐트가 불과 11일 만에 파국을 맞으면서 동력을 잃었다. 이는 선거 종반 보수·진보 지지층 총결집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고물가·고금리 문제, 이른바 '이종섭·황상무 사태', 의대 증원에 따른 장기 의정갈등, 윤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 등 잇단 용산발(發) 악재는 선거판을 다시 흔들었다. 이후 정권 심판론을 등에 업은 조국혁신당이 비례정당 여론조사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역대 선거와 비교해 이번 총선은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었다. 보선 이후 민주당, 1월에는 한동훈, 2월에는 양당을 빨아들일 것 같았던 제3지대, 3월에는 조국혁신당이 떠올랐다"면서 "정당과 후보·정책 검증, 평가가 차분하고 냉정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선거였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번 만큼 여론이 휙휙 바뀌는 총선은 거의 없었다"며 "예측이 굉장히 힘든 선거였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상대 당·정부는 물론 일부 후보의 막말과 의혹을 둘러싼 비방전은 최고조로 치달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김준혁·양문석 후보의 막말·부동산 투기 의혹을, 민주당도 국민의힘 장예찬·도태우 전 후보의 막말 논란을 집중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공천 박탈 사례도 다수 발생하면서 양당의 근본적인 검증 시스템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극한 네거티브 속 후보 검증 문제는 물론 거대 정책 담론이 부각되지 못한 것은 최근 치러진 선거와 유사한 부분이다.

엄 소장은 "'심판 선거'는 보통 야당에서 하는데 이번에는 여당까지 가세해서 정부 심판 대 야당 심판으로 치러졌다"며 "원래도 그랬지만 진영 갈등이 극대화한 최악의 정쟁 선거"라고 지적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여야가 '윤석열 나빠요', '이재명 나빠요', '조국 나빠요'로 상대를 부정적인 프레임에 가두는 데 집중한 반면, 총선판을 이끌 만한 대형 정책 이슈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정치 신인인 한동훈 위원장이 여당 구원투수로, 이재명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주요 야당 수장이 비위 혐의로 재판 중인 상태에서 정권 심판을 내걸고 총선을 완주한 것도 이례적인 대목이다. 이는 중도 민심에 민감한 수도권(총 122석) 여야 후보들이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사진을 선거 공보물에 담지 않은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직전 총선에선 여당이던 민주당 수도권 후보 69%(84명)가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사진을 공보물에 넣었다. 이번에는 국민의힘 후보 18%(22명)가 윤 대통령의 사진을, 민주당 후보 34%(42명)가 이 대표의 사진을 활용하는 데 그쳤다.

장 소장은 "여당은 정치 초보, 야당은 법·도덕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이끈 최초의 선거"라며 "공보물에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사진이 빠진 것은 국민의 비호감도가 높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역에서 싫어해 후보 연설문에도 가급적 대통령을 담지 않았다"며 "써야 한다면 '중앙정부'로 대체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행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유지로 비례정당이 무차별 난립한 것은 직전 총선과 같은 점이다. 이번 비례 투표용지는 역대 최장인 51.7cm다. 무려 38개 정당(직전 35개)이 비례 후보를 냈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도입한 신형 분류기도 34개 정당, 길이 46.9cm까지만 사용할 수 있어 수개표가 불가피하다.

선관위가 이번 총선에서 개표 조작 논란 등 차단을 위해 투표지 분류기·심사 계수기 사용 과정에서 개표사무원 수검표 절차를 1995년 이후 30년 만에 부활하기로 한 것은 일련의 선거와 다른 점이다. 전체 유권자 4425만1919명 중 50대 이상 비중이 첫 과반(51.58%)을 차지한 것도 이번 총선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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