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업자" vs "허위사실"…관악갑 '오피스텔 고소戰'[배틀필드410]

입력 2024-04-0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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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관악갑 유종필 국민의힘 후보(아래)와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후보(위)의 선거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호영 기자)

'깨끗한 관악서민 유종필이냐, 일가족 무려 84채 투기 임대업자냐'

'허위사실에 속지 마세요! 고소 조치 완료!'

2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입구역사거리. 관악갑에 출마한 유종필 국민의힘 후보·박민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오피스텔 공방'이 현수막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서울대역 3번 출구 방면에서 승객을 기다리던 중년의 택시기사는 "허구한 날 싸우기만 하고 지긋지긋하다"며 혀를 끌끌 찼다.

"관악의 자존심이 걸린 선거입니다…냄새나는 투기 임대업자를 뽑아서야 되겠습니까" 택시기사의 푸념과 무관하게 봉천동 유 후보 캠프 앞 유세차 앰프에선 유 후보의 녹음된 목소리가 거듭 흘러나왔다. 박 후보 일가는 서울대역 인근의 84실 규모 오피스텔 1개 동 전체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오피스텔 11실이 박 후보 명의다. 이를 유 후보가 '전형적 투기'로 규정하자, 박 후보가 "신축 후 현재까지 한 차례 매매도 없었다"며 관할 경찰서에 유 후보를 선거법 위반(후보 비방·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소하면서 진흙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관악갑은 보라매동·낙성대동·행운동·인헌동·신림동 등이 속한 곳이다. 2030 청년 세대가 지역주민 절반에 달하는 데다 호남 출신 주민 비중도 높아 서울 내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2000년 16대부터 21대 총선까지 6번의 선거에서 보수정당은 단 1승(18대)에 그쳤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속 재선 관악구청장 출신 유 후보를 관악갑에 단수 공천했다. 유 후보는 지난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을 떠나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서울대 BK조교수를 지낸 박 후보는 관악갑 3선 유기홍 의원과의 당내 경선을 뚫고 공천을 받았다. 당초 국민의힘 간판으로 바꿔 단 재선 구청장과 텃밭에 배치된 민주당 신인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지만, 현재까진 정책보다 네거티브전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같은 내용의 현수막이 지역구 곳곳에 내걸린 만큼 시민들의 피로감도 누적된 듯했다. 봉천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누구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가족 단위의 임대업을 하는 인물이 국회의원에 입후보한 만큼 불편해 하는 구민도 있었다. 낙성대동에서 만난 30대 서모씨는 "합법적으로 했더라도 썩 좋아보이진 않는다"며 "(당선이) 안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논란이 된 오피스텔은 서울대입구역에서 도보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기자가 인근 테이크아웃 음식점 사장에게 지지 후보를 묻자 "예전부터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유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기자가 '저 오피스텔이 민주당 후보 측 소유'라고 했더니 그는 "그런가. 역 앞에서 현수막을 보긴 했다"면서도 "집을 많이 가졌다고 후보가 될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2일 서울 관악구 곳곳에 내걸린 민주당 박민규· 국민의힘 유종필 후보의 오피스텔 논란 관련 내용이 담긴 현수막. (정호영 기자)

부동산 논란은 지역 표심 변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각 후보 캠프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입장문을 낸 것이 있으니 참고해달라"며 말을 아꼈다. △'84채'가 아닌 '오피스텔 1채(동)' △후보자 부모가 살던 집을 오피스텔로 신축했고 가족이 각자 소유 등기를 했으며 단 한 차례의 매매도 없었기 때문에 투기가 아니라는 것이 입장문의 주된 내용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정책 대결을 하고 싶은데 저쪽이 먼저 시작해서 어쩔 수 없다"며 "해명을 안 하면 오해가 생긴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관련 세금 납부 여부에 대해선 "후보가 완납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반면 유 후보 캠프 관계자는 "그 오피스텔은 각각 소유권 등기를 칠 수 있기 때문에 각 1채로 본 것"이라며 "(박 후보가) 오피스텔을 짓는 과정부터 자녀 등에게 명의를 줬고, 충남 빌딩 투기 의혹도 있다. (박 후보가) '맞춤형 청년주거 정책을 펴겠다'면서 관악 청년을 상대로 과도한 임대수익을 올린 건 도덕성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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