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왜 경질 카드 꺼냈나…신세계 ‘비상 경영’ 채찍격

입력 2024-04-0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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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 교체…신임대표에 허병훈 내정

정기인사 틀 깨고 수시인사 통해 경질 단행
‘본업 흔들’ 캐시카우 이마트도 구조조정
위기감 커진 그룹 분위기…계열사도 초긴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신입사원 면접에 참석해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하는 등 승진 이후 처음 ‘쇄신인사’를 단행했다. 정 회장이 그룹 캐시카우인 이마트 구조조정에 이어 신세계건설 대표까지 전격 교체하며 ‘비상 경영’에 속도를 내자, 신세계그룹 전반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하는 인사를 단행했다고 2일 발표했다. 정 대표와 함께 영업본부장과 영업담당도 동시에 경질하기로 결정했다. 신세계건설 대표 후임 인사로는 ‘재무통’인 허병훈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내정했다.

이번 조치는 정용진 회장의 승진 이후 그룹 차원에서 단행한 첫 쇄신 인사이자 문책성 인사다. 이마트 계열사인 신세계건설은 공사 원가 상승,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분양실적 부진 등으로 지난해 187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로 인해 이마트가 사상 첫 연간 적자를 내고 말았다.

정 회장이 신세계건설 수장을 전격 교체하면서 그룹 분위기는 한층 더 무거워지게 됐다. 앞서 정 회장은 그룹 캐시카우인 이마트의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이마트는 이달 12일까지 수석부장~과장급 인력 중 근속 15년 이상(2009년 3월 1일 이전 입사자)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그간 이마트 각 점포별로 희망퇴직을 시행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전사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건 1993년 창립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낸 이마트는 ‘본업이 흔들린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마트의 대형마트 사업부문(할인점)의 지난해 총매출액은 12조87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6%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29억 원으로 48% 급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신세계 남산'에서 열린 신입사원 수료식에 참석해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이번 정 회장의 경질 인사를 두고 신세계그룹의 ‘쇄신 경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 회장은 작년 11월 그룹 컨트롤 타워인 ‘경영전략실’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조직·시스템·업무방식의 대대적 변화를 주문했다. 이에 맞춰 경영전략실은 내부적으로 임원의 핵심성과지표(KPI)를 새로 수립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은 정기인사 틀을 깨고 수시 임원인사 방침을 밝혔다. KPI를 토대로 기대한 실적에 미치지 못하거나 경영 성과가 저조할 경우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진을 수시로 교체하겠다는 게 그의 방침이다. 앞서 정 회장은 “지금 시장과 고객은 신세계가 1위 회사가 맞느냐고 묻고 있고, 이 물음에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신년사를 통해 엄중 경고하기도 했다.

정 회장이 수시 임원인사 칼을 본격적으로 꺼내들자, 이마트를 비롯해 계열사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영업적자를 낸 SSG닷컴, G마켓 등 이커머스 계열사와 편의점 이마트24 등이 특히 수익성 개선 난제를 앞두고 있어 목이 타는 상황이다. 이마트 IR자료에 따르면 이마트24는 작년 23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SSG닷컴과 G마켓은 지난해 각각 1030억 원, 321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매출도 줄었다. 두 회사는 전년 대비 각각 3.8%, 9.2% 감소해 실적 개선이 절실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정기인사에서 수시인사로 전환하겠다고 한 뒤, 첫 사례가 경질성 교체 인사이고, 아예 ‘쇄신 인사’라고 못 박았다”며 “이로 인해 신세계그룹 각 계열사 대표와 주요 임원, 임직원 모두 당분간 살얼음판을 걷는 심경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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