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Law] 오재원 ‘마약 간이시약’ 왜 음성?…양성 아닌데 처벌 가능할까

입력 2024-03-2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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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색과 제모를 반복하고,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마약사범들이 체내의 마약 성분을 없애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행위를 ‘증거인멸’로 봅니다. 실제 이러한 방법으로 증거를 없애기는커녕 오히려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기도 하죠. ‘마약사건계 일타강사’로 알려진 김희준 변호사(법무법인 LKB & Partners)의 도움을 받아 마약사범들의 구속 사유를 살펴봤습니다.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국가대표 출신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이 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전 국가대표 야구선수 오재원이 22일 마약투약 혐의로 구속됐다. 오재원은 지난 2007년부터 2022년까지 16년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활동했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WBSC 프리미어12,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활약한 바 있다.

오재원의 범죄 혐의는 필로폰을 투약하고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록스를 대리 처방받아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녹스는 수면제의 일종으로 과다 복용 시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정신적·신체적 의존성, 남용 위험성이 높아 최대 4주, 1일 1정 등 엄격한 처방 제한이 있다. 이밖에도 졸피뎀, 자낙스, 스틸녹스 등의 수면제는 마악류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한다.

오재원이 스틸록스 대리처방을 부탁한 대상에는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들과 전 국가대표 야구선수, 자신이 운영하는 야구아카데미 수강생과 학부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사결과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오재원은 10일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는 여성의 신고로 경찰서에 임의 동행해 간이시약 검사를 받았지만 음성 판정을 받아 귀가했다.

이후 경찰은 오재원의 마약 투약 증거를 추가로 확보해 19일 그를 체포했고 2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21일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결국 오재원은 구속됐다.

유아인은 피했지만 오재원은 구속된 이유

오재원보다 범죄사실이 훨씬 더 많고 복잡했던 배우 유아인은 구속영장이 두 번이나 청구됐지만 모두 기각됐다.

형사소송법이 구속 요건으로 정하는 기준 중 하나는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다. 우려가 있으면 구속되고 그렇지 않으면 불구속 된다.

▲마약 상습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법조계에 따르면 오재원은 마약 성분을 없애기 위해 탈색과 제모를 여러 번 하고, 헬스장과 사우나에서 몸의 수분을 반복적으로 빼는 등 온갖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재원은 지인 집 소화전에 필로폰과 주사기를 넣은 안경통을 숨겨뒀다가 소화기 점검을 하던 경비원에 의해 적발되었고 경찰로 넘겨졌다. 경찰은 소화전에서 발견된 주사기와 오재원의 DNA 분석을 국과수에 의뢰했고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렇게 오재원의 마약범죄혐의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김희준 변호사(법무법인 LKB & Partners)는 “이러한 행위들은 증거인멸을 적극적으로 시도한 경우로 구속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한다”며 “경찰의 구속영장신청을 검찰과 법원에서 받아들인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고 이는 구속의 법리상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완벽한 ‘몸 세탁’, 과연 가능할까

마약사범들은 투약사실을 숨기기 위해 탈색과 온몸 제모를 하는 방식으로 몸에 있는 증거를 없애려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완벽한 몸 세탁이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탈색과 염색을 반복적으로 한다고 마약성분을 완벽하게 없앨 수는 없다. 다만 조금 희미해지는데 고도로 발달된 현재의 감정기법상 이를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머리카락 외에도 마약성분이 남아 있는 부위는 많다. 콧털, 귓털, 항문털 등 다양한 체모와 손톱, 발톱, 침, 땀, 각질에서도 마약성분이 검출된다. 때문에 몸 세탁으로 투약사실을 숨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행위는 모두 증거인멸에 해당되어 구속사유로 작용한다”며 “죄질을 불량하게 하고 반성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돼 무거운 형이 선고된다”고 말했다.

오재원, 간이시약 결과 뜻밖의 ‘음성’

오재원은 간이시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것이다. 간이시약 검사 결과 음성 반응이 나오면 마약 투약 혐의를 벗을 수 있을까.

마약사범이 체포되거나 조사받기 위해 출석하면 수사기관은 마약 투약 여부부터 확인한다. 이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소변검사이다. 물을 많이 마시게 한 다음 소변을 받아오게 한다.

소변을 받을 때는 수사관이 동행한다. 변기 물을 떠서 제출하거나 재판 단계에 가서 자기 소변이 아니라도 거짓진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변을 제출하면 담당 수사관은 피의자가 보는 곳에서 간이시약검사를 한다.

결과가 뜨는 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5~10분. 키트의 줄이 한 줄이면 양성, 두 줄이면 음성이다.

▲오재원 (뉴시스)

문제는 간이시약검사로 감정 가능한 기간은 통상적으로 5일에서 10일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약을 투약했더라도 이 기간을 벗어나면 음성반응이 나온다.

마약을 투약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꽤 시간이 흐른 뒤 검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음성 반응이 나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양성’ 나와야만 처벌 가능할까

마약 투약 혐의를 입증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소변이나 모발 등에서 양성반응이 나오지 않더라도 공범이나 제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으면 처벌이 가능하다. 아무리 몸속의 마약성분을 없애려고 노력해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최근 ‘마약 사건 전문’을 내건 변호사들이 ‘수사기관 조사 전 간이시약검사를 해준다’며 홍보하는 모습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같은 대응이 오히려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사기관 밖에서 이뤄지는 간이 시약검사의 정확도에 대한 입증도 되지 않았고, 간이시약 검사의 짧은 감정 가능 기간 때문에 ‘음성’으로 나온다고 할지라도 혐의를 무조건 부인하는 식으로 일관했다가는 구속 가능성만 높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수사기관의 조사 이전에 개별검사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 증거인멸이나 허위진술을 시도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서 수사에 불리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마약 투약 사건에서 이러한 유혹에 현혹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며 “진실 은폐를 시도했다가 구속과 형량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도움]

김희준 법무법인 LKB&Partners 대표 변호사(마약사건대응팀 팀장)는 ‘마약사건계의 일타강사’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김 변호사는 검찰청 검사 시절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의 실제 모델 ‘조봉행 사건’을 비롯해 중국 폭력조직 ‘흑사회’와 연예계, 화이트칼라 마약사건 등을 수사했다. 프로포폴도 최초로 수사했으며 신종마약인 GHB를 최초로 적발하는 과정에서 ‘물뽕’이라는 이름도 직접 붙였다. 그렇게 두 마약 모두 법령상 마약류로 등재되는 데에 역할을 했다. 김 변호사는 ‘공공의적 2’ 강철중 검사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지난해 ‘지드래곤 마약사건’을 직접 수행했고 최근에는 저서 ‘청소년마약에 관한 모든 질문’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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