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 끝내 상장폐지…EV 치킨게임 돌입

입력 2024-03-2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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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대항마’ 꼽혔지만 ‘동전주’ 전락
메이저 車회사 투자 유치 실패
EV 수요둔화에 ‘출혈 경쟁’ 심화
“EV 업체 15%, 3년래 퇴출”

▲피스커 시가총액. 단위 10억 달러. 22일(현지시간) 7350만 달러. ※25일 상장 폐지. 출처 블룸버그

리비안, 루시드 등과 함께 ‘테슬라 대항마’로 꼽혀왔던 미국 전기자동차(EV) 스타트업 피스커(Fisker)가 끝내 상장 폐지를 당했다.

최근 구매 보조금 감소→수요 둔화→출혈경쟁 확대 등이 이어지면서 많은 EV 스타트업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EV 스타트업 상당수가 2027년 이전에 퇴출당할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왔다. 치킨게임이 본격화된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25일(현지시간) “비정상적 가격으로 거래되는 피스커의 주식은 상장을 유지할 수 없다. 거래가 즉시 중단된다”고 발표했다.

작년부터 자금 압박을 받아온 피스커는 파산위기에 몰리자 메이저 자동차 회사의 투자유치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에 주가가 장기간 1달러 미만을 유지하자 NYSE가 칼을 빼든 것이다. 상장 폐지 직전 주가는 고작 9센트(약 120원)였다.

피스커 상장폐지를 시작으로 “글로벌 EV 산업이 본격적인 ‘치킨게임(Game of chicken)’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상대가 무너질 때까지 양측, 또는 다수가 출혈 경쟁을 벌이는 사회과학적 현상을 의미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2021년 11월 17일(현지시간) 열린 오토쇼에 피스커의 전기차가 전시돼 있다. 로스앤젤레스(미국)/AP뉴시스

실제로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주요 EV 시장에서 선두를 지켜온 테슬라는 2022년부터 가격 인하를 시작했다. 시장 수요가 점진적으로 둔화하자 발 빠르게 가격 인하로 대응한 것. 시장 1위 테슬라의 가격 인하는 곧 출혈경쟁으로 이어졌다.

포드는 재빨리 EV 가격을 낮췄고 GM은 손해를 줄이기 위해 생산량(출하기준)을 절반으로 줄였다. 현대차그룹도 주요 시장에서 EV 할인 폭을 확대하며 대응 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은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이다. 판매 이윤을 줄여서라도 시장 대응이 가능한 기업이다. 스타트업과 달리 장기전에 대비할 수 있는 자금력도 충분하다.

반면 EV 스타트업들은 점진적으로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EV는 상대적으로 내연기관보다 개발과 생산이 수월하다. 이를 노리고 수많은 스타트업이 2010년대 들어 EV 산업에 뛰어들었다.

다만 이들은 곧 차종의 다양화 문제와 기술적 한계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 EV 수요 감소까지 닥쳤다. 시장에서 값을 낮춘 EV들이 살아남기 시작한 것. 그러나 EV 스타트업은 가격을 낮출 여력이 없었다.

여전히 사업 초기에 머무는 이들은 EV를 팔 때마다 이익보다 손해가 컸다. 이 손해를 초기 투자금으로 보전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가격을 못 낮춘 이들은 곧 판매 부진에 직면했고, 이는 재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돌아왔다.

미국 IT시장 조사기업 가트너는 “최근 10년 사이 설립된 EV 제조사 가운데 15%는 2027년 이전에 매각되거나 도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트너는 분석 자료를 통해 “손쉬운 이익을 노리고 많은 스타트업이 EV 제조부터 충전까지 EV 산업에 모여들었다”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여전히 외부 투자금에 의존 중인데 이는 중장기 투자를 지속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가트너의 페드로 파체코 부사장은 “2025년부터 주요 EV 시장의 구매 보조금이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2027년 이후에는 사실상 보조금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며 “이를 기점으로 EV 스타트업 가운데 상당수가 경영악화에 떠밀려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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