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영풍, 75년 협업 깨나…서린상사로 ‘경영권 분쟁’ 심화

입력 2024-03-25 13:47수정 2024-03-2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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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 공동 구매·인력 교류 등 협업 중단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제공=고려아연)

고려아연이 종속회사인 서린상사 내에서 영풍과의 협업을 중단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로써 75년 동안 이어온 두 회사의 동업 관계가 결별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종속회사인 서린상사 내에서 사업 조정을 통해 영풍과의 협업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원료 공동 구매를 비롯해 인력·정보 교류 등 영풍과의 협업을 중단해 양사가 서린상사 내에서 따로 사업을 영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영풍그룹의 비철금속 유통 계열사인 서린상사의 지분율은 고려아연이 66.7%, 영풍 장씨 일가가 33.3%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의 경영권은 장씨 일가가 갖고 있어 서린상사는 고려아연과 영풍 간 협업의 상징으로 꼽혀왔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이 원료 구매 및 판매 등 사업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 협업을 중단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영풍 측과 공동 경영을 마무리 짓기로 합의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사실상 영풍과의 동업 관계 결별 수순을 밟는 것은 물론 서린상사를 장악해 영풍의 현금 창출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향후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풍 측에선 고려아연이 협업 중단을 넘어 서린상사의 경영권 자체를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영풍 관계자는 “지난해 9월 고려아연 측이 분할을 제안했고, 이에 영풍이 합의해서 6개월 간 인적 분할을 해오던 중이었다. 그러다 최근 고려아연 측이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갑자기 자신들 쪽 사내이사를 4명 더 추가하는 주총 안건을 올린 상황”이라며 “이는 고려아연 측이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사회를 장악 및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풍 관계자는 “영풍은 기존 당사자 간의 합의를 무시하고 진행하는 일방적인 현상 변경의 시도에 반대한다”며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이 속한 영풍그룹은 故 최기호·장병희 명예회장이 1949년에 공동 창업했다. 이후 장씨 집안은 영풍, 최씨 집안은 고려아연을 중심으로 경영을 맡으며 공동으로 기업 지분을 소유 및 협업을 이어왔다.

이러한 협업 구도는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취임 이후 공격적인 지분 매입을 시작하고, 이에 맞서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도 지분 매입에 나서며 변화를 맞았다. 특히, 최윤범 회장과 장형진 고문이 19일 열렸던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 정관 변경 및 배당 관련 공방전을 벌이며 경영권 갈등이 표면화됐다.

정관 변경 안건은 최 회장 측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후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지난해 고려아연이 현대차그룹의 해외 계열사 ‘HMG 글로벌’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한 액면금 5000원의 보통주 104만5430주(5%)가 위법하다며 ‘신주 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하는 등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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