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차별 없도록’…식품업계, 점자 표기 선택 아닌 필수

입력 2024-03-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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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식품, 국내 인스턴트 커피 첫 점자 도입

흰우유에 ‘노치’ 표기....QR코드로 정보 공유도

▲동서식품이 맥심 인스턴트 커피 병 제품에 시각장애인 소비자들을 위한 점자 표기를 도입했다. (사진제공=동서식품)

식품업계가 시각장애인 고객의 정보 접근성과 사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제품에 점자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회사 가치 평가의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점자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추세다.

2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동서식품은 점자 표기를 도입한 맥심 인스턴트 커피 병 제품을 3월 말부터 출고한다. 적용 제품은 △맥심 오리지날 △맥심 모카골드 △맥심 디카페인 △맥심 아라비카 등 4종으로, ‘맥심 커피’가 점자 문구로 표기된다. 국내 인스턴트 커피 중 패키지에 점자 표기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친환경 소재 도입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기업의 점자 표기 도입은 대세가 되고 있다. 오뚜기는 2021년 9월 ‘컵누들’ 일부 제품을 시작으로, 컵라면 전 제품에 점자 표기를 적용했다. 컵라면의 ‘물 붓는 선’을 시각장애인들이 인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반영해 용기 겉면 제품명과 물 붓는 선, 전자레인지 사용 여부를 점자로 새겼다. 이 밖에 용기죽, 컵밥에도 점자 표기를 확대하고 있다.

삼양식품도 2021년부터 용기면 제품 하단에 점자 표기를 시작해 불닭볶음면은 ‘불닭’, 삼양라면은 ‘삼양’으로 각각 축약 표기하고 있다. 팔도는 1998년부터 ‘비락식혜’에 ‘음료’와 ‘하트’ 모양 점자 표기를 병행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하트를 통해 제품을 구별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롯데칠성음료도 2021년부터 생수 ‘아이시스8.0’ 300㎖와 탄산음료 ‘칠성사이다’ 페트병 500㎖에 제품명을 점자 표기해오고 있다.

▲'노치'를 도입한 '맛있는 우유 GT' 제품. (사진제공=남양유업)

유업계에선 서울우유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나100%우유' 3ℓ에만 적용한 점자를 같은 제품 2.3ℓ와 ‘아침에주스’ 대용량 제품까지 확대했다. 또 ‘뼈에쏙쏙 고칼슘우유’ 930㎖에는 노치(Notch) 표기를 적용했다. 노치는 제품 상단 한쪽을 ‘U자 형태’로 도려내 시각장애인이 흰 우유임을 식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종이 우유팩은 특성상 파손이나 내용물 변질 우려 때문에 점자를 찍어내기 어려워 유업계는 점자 보다 노치 방식을 선호한다. 남양유업도 작년 5월 ‘맛있는 우유 GT’ 900㎖ ·500㎖ 제품에 노치 표기를 적용했다.

점자가 아닌 큐알(QR)코드를 활용, 시각장애인에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도 있다. 농심은 작년 8월부터 주력 컵라면 10종에 제품 정보를 담은 QR코드를 표기하고 있다. 컵라면 뚜껑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제품명과 조리법, 알레르기 유발물질, 주의사항, 고객상담 안내, 소비기한 등이 담긴 웹페이지로 연결된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의 문자 음성안내기능으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시각장애인 소비자에 도움을 줄 수 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더하는 점에서 점자 표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점자로 제품명이 표기된 오뚜기 컵 제품들. (사진제공=오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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