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감당할 수 없는 채무, 법으로 해결할 방법이 있나요?

입력 2024-03-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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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진 법무법인 선율로 대표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사진 출처 = 이미지투데이)

대출을 무리하게 받았다가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커졌는데, 물가마저 큰 폭 오르면서 하루하루가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빚에 허덕이는 현실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을까요?

채무를 감당할 수 없는 경우 어떤 법적 절차가 있는지 남성진 법무법인 선율로 대표 변호사와 함께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Q. 불가피하게 돈을 연체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A. 돈을 연체한 경우 신용불량자가 될 것을 우려하게 되는데요. 하루 연체했다고 해서 바로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연체 기간별로 상황이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카드결제일이나 은행 대출 등 결제일에는 카드사, 은행이 미납에 관한 안내 사항을 보냅니다. 보통 3일까지는 안내문자가 계속 오고, 연체이자도 발생합니다.

이후 일주일 정도 지나면 주말을 제외하고 영업일 5일 기준으로 신용카드가 정지될 수 있고, 신용카드회사, 은행으로부터 본격적인 독촉전화가 오게 됩니다.

독촉전화를 받았음에도 채무를 변제하지 않을 경우 모든 금융권에 연체정보가 공유되기 시작하고, 신용등급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세 달 정도 연체가 지속되면 신용불량자로 등록되고 채무자의 급여, 계좌, 재산 압류 등 법적 조치가 들어가게 됩니다. 이 때 가장 먼저 압류되는 것은 자동차입니다. 자동차가 현금화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Q.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빚 독촉’은 언제부터 진행되나요?

A. 보통 연체 3주 정도가 지나면, 추심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상황까지 오면 사실상 금융권에서는 명의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특히 추심 독촉전화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는 적법한 절차로 추심활동을 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추심하는 과정에서 욕설이나 폭력이 동반되거나, 협박하거나, 본인 동의 없이 거주지나 회사 등으로 찾아오는 것은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 처하신다면, 채무연체와 별개로 형사 고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Q. 추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나요?

A. 채무를 감당하기 힘든 경우, 우리나라에는 개인회생을 통한 채무조정 제도가 있습니다. 채무자가 더는 변제가 어려울 때, 채무자의 변제능력을 고려해 법원에서 채무를 조정해주는 것입니다.

기준은 총채무액이 10억 원 이하 무담보채무, 15억 원 이하 담보채무로 3년간 수입 중 생계비를 공제한 금액을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에 대해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개인회생의 전제조건은 ‘직업’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일정 금액을 계속 갚을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Q. 추심을 막을 방법은 없나요?

A. 개인회생의 경우, 개인회생 신청할 때 보통 강제집행 금지명령을 함께 신청합니다. 채무자가 금지명령을 받게 된다면 추심을 비롯해 급여 압류와 같은 강제집행을 법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Q. 파산 신청이 가능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A. 파산은 개인회생과 다른 또 하나의 제도입니다. 파산은 채무자가 변제능력이 부족해 변제기가 도래한 채무를 일반적, 계속적으로 변제할 수 없는 객관적 상태인 ‘지급불능상태’만 신청이 가능합니다.

파산은 채무자가 보유하고 있던 재산을 모두 청산한 후 채권자에게 평등하게 나눠주고 채무를 면책받은 것으로, 재산을 다 청산하지 않고 원금 일부를 성실히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를 면책받는 개인회생제도와 차이가 있습니다.

또 채무발생에 관한 사유를 검토하지 않는 개인회생과 달리, 파산은 낭비벽이 심해서 채무를 발생했거나 도박으로 발생한 채무의 경우 면책이 불가능합니다.

Q. 민간에서도 채무조정이 가능한가요?

A. 우리나라는 법원 외에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채무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하여 채무를 조정하면 상환기간 연장, 분할상환, 이자율 조정, 상환유예, 채무감면 우선 신청 등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채권금융회사의 추심활동이 중단됩니다. 신용회복지원 협약에 가입된 채권금융회사의 모든 신용채무가 조정대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Q. 코인, 주식 등 투자실패도 개인회생이 되나요?

앞서 말씀드렸듯, 개인 회생은 채무 발생 사유를 보지 않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게 있습니다. 파산절차에 임했다고 해서 모두 면책받는 것은 아닙니다. 즉 파산절차가 모두 완료되어야만 ‘면책’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회생법원은 개인 파산관재인 간담회를 통해 접수일로부터 2년 지난 장기미제 사건부터 파산절차가 끝나기 전에 면책받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법률 자문해 주신 분…

▲ 남성진 법무법인 선율로 대표 변호사

남성진 변호사는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법제처 등 실무수습을 시작으로 국가인권위원회 현장인권위원 및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수원, 의정부에 있는 법무법인 선율로 대표 변호사로서 형사사건과 이혼사건 등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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