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CEO “석유 탈피 환상 버려라”…에너지업계 수장들 에너지 전환에 반발

입력 2024-03-19 14:38수정 2024-03-1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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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업계 수장들 이구동성
“글로벌 에너지 전환 정책은 실패
올해 석유 수요도 신기록 세울 전망
탄소 배출 감축으로 초점 전환해야”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주최 글로벌 연례 에너지 콘퍼런스 ‘세라위크(CERAWeek)’에서 연설을 통해 “석유와 가스를 단계적으로 감축해 탈피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텍사스주(미국)/AFP연합뉴스

석유ㆍ가스ㆍ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주요 석유ㆍ가스기업 대표들이 18일(현지시간) 일제히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에너지에 대한 글로벌 정책과 담론이 현실을 도외시하고 있으며, 급격한 전환이 아닌 적절한 투자를 통한 탄소 배출 감축으로 초점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주최 글로벌 연례 에너지 콘퍼런스 ‘세라위크(CERAWeek)’에서 연설을 통해 “석유와 가스를 단계적으로 감축해 탈피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또 “글로벌 에너지 전환 정책은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나세르 CEO는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가 9조5000억 달러(1경2700조 원) 이상을 투자했음에도 대규모 대체 에너지원을 찾을 수 없었다”면서 “풍력과 태양광은 현재 글로벌 에너지 공급량의 4% 미만을 차지하는 데 그치며, 전체 전기차 보급률도 3%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50%나 더 비싸다”면서 “영원히 보조금을 제공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화석연료 수요가 2030년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내놓은 예측은 빗나갈 것이라 언급했다. 나세르 CEO는 “전기차ㆍ태양광ㆍ풍력 발전의 성장에도 올해 석유 수요는 하루 1억400만 배럴이라는 신기록을 세울 것”이라며 “2030년은 고사하고 신흥국들의 성장 잠재력으로 당분간 석유 수요 정점 시나리오는 실제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에 그는 세계가 석유와 가스 등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지난 15년 동안 효율성 개선만으로도 전 세계 에너지 수요를 하루 약 9000만 배럴 가까이 줄일 수 있었으며, 같은 기간 풍력과 태양광은 1500만 배럴만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다른 석유 CEO들도 나세르의 의견을 지지했다. 우드사이드 에너지의 멕 오닐 CEO는 “새로운 청정 연료 기술을 위한 시장을 구축하고 테스트하는 데 20~40년이 걸릴 수 있다”면서 “에너지 전환에 대한 논의가 감정적인 양상이 됐는데, 이렇게 되면 실용적인 논의를 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페트로브라스의 CEO 장 폴 프레이츠는 “서두르거나 상황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우리는 결코 잊지 못할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탄소 포집ㆍ저장 기술에 49억 달러를 투자한 엑손모빌 대런 우즈 CEO는 “관련 기술의 높은 비용과 시장 인센티브 부족으로 탄소 포집ㆍ저장 기술이 올바른 해결책인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부정할 수 없고, 불가피하며, 필요한 세계 에너지 시스템의 재배치”라고 반박했다.

한편 국제 유가는 약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2.72달러로 전날보다 2.07% 급등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1.82% 오른 배럴당 86.89달러에 거래를 종료했다. WTI는 지난해 10월 31일 이후, 브렌트유는 작년 10월 27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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