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시위에도 ‘종신집권’ 길 연 푸틴…글로벌 사우스 포섭 박차 전망

입력 2024-03-18 15:08수정 2024-03-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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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87% 사상 최대 득표율로 압승
30년 통치 더불어 '종신집권' 길도 열어
푸틴, '최대 정적' 나발니 이름 첫 언급
젤렌스키 “푸틴은 독재자, 선거는 사기”
올해 BRICS 연례 회의 주재 예정

▲5선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선거캠페인 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모스크바/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서 87%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으며 5선을 확정 지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자 ‘푸틴의 최대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 약 한 달 후 대선이 치러지면서 시위 등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푸틴은 이번 승리로 30년 통치에 이어 종신집권의 길도 열게 됐다. 서방과의 갈등도 고조되는 가운데 푸틴 연임을 기점으로 러시아가 글로벌 사우스(북반구 저위도와 남반구에 있는 제3세계 국가들)를 공략하려는 움직임도 강화할 전망이라고 CNN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CEC)에 따르면 개표가 99.71% 진행된 시점에서 푸틴 대통령은 87.31%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러시아 대선 규정에서는 50% 이상의 득표율을 당선의 기준으로 정해 두고 있다.

15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올해 러시아 대선의 전국 투표율은 74.22%로, 직전 선거(2018년)의 67.5%를 넘어섰다. 또 푸틴은 사상 최대 득표율을 기록했다. 최종 당선 결과는 28일까지 확정되며, 확정 후 사흘 내에 발표될 예정이다.

5선 성공으로 푸틴 대통령은 77세가 되는 2030년까지 정권을 잡게 됐다. 이는 구소련과 러시아를 통틀어 역대 최장이었던 이오시프 스탈린의 29년 집권을 넘어서는 것이다. 더 나아가 푸틴은 2020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2036년까지 정권을 연장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 뒀다.

푸틴 대통령은 당선을 확정 지은 후 모스크바의 선거본부에서 “이번 선거로 국가적 단결이 공고해졌다”며 “서방과의 대립을 계속하는 러시아에 앞으로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가 아무리 우리를 겁주려고 하고 억압하려고 해도, 역사상 아무도 그런 일을 해낸 적이 없다”며 “지금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미래에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옥중 사망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가 1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주재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투표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베를린/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의 이름을 처음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나발니 씨가 사망하기 며칠 전 서방 국가에 수감된 포로들과 그를 교환하자는 제안을 받았고 나는 동의했다”며 “(나발니가 세상을 떠난 것은) 항상 슬픈 사건”이라고 말했다.

대선 투표 마지막 날에는 ‘푸틴에 맞서는 정오’ 시위가 열렸다. 나발니 지지자들은 투표소에 모여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거나 투표용지에 나발니를 적었다. 유럽 전역의 러시아 대사관에도 시위대가 몰렸다고 CNN은 전했다.

푸틴의 당선 소식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은 독재자이고 러시아 대선은 사기”라며 “그 사람은 헤이그(국제재판소)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와 서방의 사이는 계속 틀어지고 있다. 전쟁 범죄를 다루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대통령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이에 러시아는 침공을 비난하지 않은 북한과 중국, 이란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에 전쟁 물자를 공급하면서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는 공생 관계를 유지하는 중이다. 글로벌 사우스를 향한 푸틴의 구애도 계속될 전망이다. 러시아는 올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국 모임인 브릭스(BRICS)의 연례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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