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청약 단지 80%가 '미달'…"가격·생활 환경에 성패"

입력 2024-03-1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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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 (한진리 기자 truth@)

청약시장의 한파가 가시지 않고 있다. 수요자들이 분양가나 입지에서 경쟁력이 확실한 곳으로만 가다 보니 열 곳 중 여덟 곳은 미달을 피하지 못하고 절반 정도는 소수점 경쟁률을 기록하는 상황이다.

1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청약을 진행한 30개 단지 중 24곳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전체의 20%만 모집 가구 수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 플레이스'와 '더폴 울산신정', '이천 서희스타힐스 SKY', 'e편한세상 신정 스카이하임', '힐스테이트 문수로 센트럴' 등 5개 단지는 모든 타입에서 미달이 나왔다. '대전 성남 우미린 뉴시티'와 '이천 롯데캐슬 센트럴 페라즈 스카이' 등 10개 단지는 일부만 모집 가구 수를 채우고 대부분 타입이 미달됐다.

전체 가구 수보다 청약자 수가 적어 평균 경쟁률이 1대 1에 못 미친 단지는 절반에 가까운 13곳이었다.

평균 경쟁률이 가장 높은 곳은 '경희궁 유보라'다. 경희궁 유보라는 57가구 모집에 7089명이 몰리면서 평균 124.3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과 5호선 서대문역 더블역세권인데다 광화문, 종로, 여의도 등 서울 핵심업무지구로 빠른 출퇴근이 가능한 직주근접 단지란 게 강점으로 작용했다.

'더샵 둔촌포레'는 47가구에 4374명이 청약해 평균 93.06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둔촌현대1차를 리모델링한 더샵 둔촌포레는 지하철 9호선 중앙보훈병원역이 가까운 데다 분양가가 저렴한 게 매력으로 꼽힌다. 더샵 둔촌포레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13억 원 후반대로 인근 단지인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최근 입주권 거래 가격 18~19억 원보다 4억 원 이상 낮다.

'분당 금호어울림 그린파크'와 '한화포레나 안산고잔2차'도 각각 45.74대 1, 12.73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분당 금호어울림 그린파크는 가격 경쟁력, 한화포레나 안산고잔2차는 가격과 선호도 높은 입지가 강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스아이팰리스 올림픽공원'은 지하철 8호선 강동구청역 역세권으로 강남권 주요 업무지구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과 올림픽공원 조망권을 앞세워 평균 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했다.

직주 근접성이나 생활 환경 등의 입지, 가격 등에서 확실한 우위가 있는 곳으로 수요자들이 몰린 것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가파른 분양가 오름세 때문에 지난해 이맘때부터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상당히 높아져 지금은 가격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그다음으로 입지가 큰 영향을 미친다"며 "흥행에 성공한 단지들은 이런 요건을 갖춘 곳"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수요자들이 관심을 보일만 한 단지가 열 개 중 한두 개 꼴로 나오고 있는데 이달 청약 결과에 그대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입지에 따른 수요 차는 '송도자이풍경채 그라노블' 청약 결과가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송도자이풍경채 그라노블은 1~5단지 청약을 동시에 진행했는데 1·5단지만 괜찮은 성적을 냈다. 1단지는 370가구 모집에 1871명이 청약해 평균 5대 1 정도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5단지는 2.62대 1의 경쟁률로 모집 가구 수를 모두 채웠다. 2단지는 평균 경쟁률이 1대 1을 넘겼지만, 일부 타입이 미달됐다. 3·4단지는 소수점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요자들이 당첨자 발표일이 같은 1·2단지, 3~5단지 중 수변 조망권이 더 낫다고 평가되는 1·5단지로 쏠린 것이다.

박 대표는 "지방에 미분양이 계속 쌓이고 있고 교통, 인프라 등이 잘 갖춰진 핵심지에서 나올 물량을 찾기 힘들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청약 시장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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