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법제화에 열기 식을까 우려…“유통시장 허들에 성패”[STO, 어디쯤]③

입력 2024-03-17 15:04수정 2024-03-1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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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의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국회 계류 중
토큰증권 장내·장외 유통 활성화 ‘주춧돌’로 여겨져
“STO 성패 유통 달려…발행에만 기댄 절름발이 될 수 있어’
수백억 들여 인프라 구축 나선 증권사들도 불안감 확대

(사진제공=셔터스톡)

토큰증권발행(STO) 시장이 개화기를 맞았지만 조각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온통 수심이 가득하다. 지난해 2월 금융위원회가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으나 ‘주춧돌’인 법제화가 지연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인프라 구축에 나선 증권사들도 이후 발걸음에 눈치를 보고 있다.

업계에선 지난해 피어오른 열기가 제도화 전부터 식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토큰증권의 유통을 위한 법제화란 첫 단추를 끼우게 될지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한국거래소(KRX)가 상반기 신종증권의 장내 거래에 나설 예정이나 상장 허들이 높은 경우 초반부터 시장을 억누를 수 있어 안정성과 상품 흥행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7월 대표발의한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8월 발의한 전자증권법(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업계에선 법안들이 토큰증권의 유통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주춧돌’이라고 보고 있다. 해당 법안들에는 STO 시장 제도화를 위한 제반 작업으로서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진 '분산원장'에 기록한 토큰증권을 새로운 증권으로 인정하고, 투자계약증권도 기존 증권과 같이 유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양한 기관에 투자계약증권의 장외거래중개도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예탁결제원을 통해 토큰증권을 발행할 수 있고 다양한 조각투자 업체들이 한국거래소 장내 시장에 진입해 상품 매매가 가능해진다. 현행법상 유통이 불가능한 투자계약증권의 유통이 가능해지고, 비정형적 신종증권(투자계약증권·비금전신탁수익증권)을 거래하는 장외시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장외거래중개업자 라이센스가 신설된다. 신종 증권에 대한 상장시장은 한국거래소가 운영한다.

김형준 테사 대표는 “조각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유통시장이 존재해야 하는 만큼 빨리 법제화가 되는 것이 우선”이라며 “지금 발행 중인 (조각투자) 상품들은 아직 유통시장이 없어 폐쇄형 펀드 같은 형태라 오래 기다려야 하니 투자자들이 중간 회수를 할 수 있는 시장이 빨리 생기는 게 활성화에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STO 시장의 성패는 유통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유통에서 관심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상품 및 자산에 대한 허용을 빠르게 이루어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발행시장에만 기댄 절름발이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법 개정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쌓아왔던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STO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토큰증권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에 대비해 인프라 마련 등에 수백억 원 자금을 투입해 온 증권사들은 법제화 지연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증권사는 STO 시장에서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이자 장내시장 유통 및 장외거래 플랫폼으로서 시장 선점을 위해 준비에 나선 상태다.

토큰증권의 장내 거래에 앞서 올해 상반기 중으로 한국거래소를 통해 시범적으로 신종증권의 장내 거래가 가능해지는 점에 대해선 긍정적인 분위기다.

다만 업계에선 상장 조건의 허들이 높을 경우 자칫 시장이 개화 초기부터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신청인(신종증권을 발행한 국내법인)의 최소 자기자본은 20억 원, 상장하려는 신종증권의 규모는 상장일 직전 6개월 이내에 공모된 총 상장액 30억 원 이상의 상품이어야 한다.

현재 조각투자상품을 판매 중인 업체 중에 이 조건을 맞출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규모가 큰 부동산의 경우에도 지난해 대부분의 모집 금액이 30억 원 이하로 파악됐다. 한 조각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30억 기준 규모를 소화할 회사나 투자자, 수요자들이 없는 상황”이라며 “아직 시장이 커지기 전에 오버페이스가 될까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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