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헌 대한디지털치료학회장 “DTx 적응증 확장될 것” [이슈&인물]

입력 2024-03-15 06:00수정 2024-06-1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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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가능성이 커, 방향성 잡아야…산업 발전하도록 이바지 할 것”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최근 서울 종로구 중앙대학교 평동캠퍼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디지털 치료기기처럼 새로운 영역은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면도 있지만, 해결할 일도 많고 방향성을 잡아야 해 어깨가 무겁습니다. 1~2년 내에 자리 잡겠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산업이 지속해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강재헌 대한디지털치료학회장(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최근 강북삼성병원에서 본지와 만나 제2대 학회장 취임 소감과 각오를 이같이 밝혔다.

디지털 치료기기(DTx)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또는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중재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의사 처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반 디지털 헬스케어와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1, 2호 제품이 허가됐고, 올해 1월 첫 처방이 이뤄졌다.

이제 걸음마를 뗀 만큼 발전해야 할 점도, 보완해야 할 것도 많다. 올해 1월 대한디지털치료학회장에 오른 강 회장은 “디지털 치료기기는 현재 정신질환 위주지만, 앞으로는 비정신질환으로 확대되며 쓰임새가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만성질환 영역에서 디지털 치료기기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강 회장은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좋은 디지털 치료기기가 많이 나와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급여 제도에 진입해 장기적 관점에서 건강보험 재정에 도움 된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3세대 치료제’ DTx, 질병 관리 중요한 현대 시대 적합

디지털 치료기기는 3세대 치료제로 불리며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선 에임메드의 솜즈(Somzz)와 웰트의 웰트아이(웰트-I)가 허가를 받았다. 첫 처방은 올해 1월 이뤄졌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질병의 관리가 중요한 현대 시대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병원을 매일 방문하지 않아도 진료와 다음 진료 사이의 기간 동안 집에서 모니터링, 관리, 교육으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강 회장은 올해 1월 제2대 학회장에 올라 2년 임기를 시작했다. 대한디지털치료학회는 디지털 치료의 연구개발과 정착을 도모하기 위한 학술 교류 활동을 통해 의료와 공익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1년 창립했다. 지난 2년간 대한디지털치료학회 수석 부회장을 역임했다.

강 회장은 “새로운 영역은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있지만, 해결해야 할 일도 많고, 방향성을 잡아야 해 어깨가 무거운 자리”라고 취임 소감을 전했다.

국내 비만 분야 권위자로 꼽히는 강재헌 회장은 전 대한비만학회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현재 성균관의대 임상영양연구소장, 대한가정의학회 정책이사를 맡고 있다. 2019년 강북삼성병원으로 이직한 뒤부터는 미래헬스케어추진단장을 맡아 미래 의료 신사업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강 회장은 “디지털 헬스케어는 10년 전부터 연구했다. 개인적인 연구뿐 아니라 보건복지부나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디지털 기술로 헬스케어를 적용한 사업을 많이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학회에서는 정부와 새로운 질병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강 회장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 가이드라인은 정신질환이 대부분이지만 만성질환, 근골격계, 안과, 이비인후과, 신경과 연구도 활발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정부에서 질병들을 빠른 시간에 대처하긴 어렵다. 그래서 학회가 식약처와 적극 협력하고 있다. 범부처 과제를 우리 학회가 맡아 비정신과 영역에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임상 지원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은 올해 1월 국내 최초로 디지털 치료기기를 정식 처방을 시작했다. (사진제공=서울대병원)

정신질환 대다수지만 비정신질환 연구도 활발

국내서 허가됐거나 허가를 앞 둔 디지털 치료기기 대부분은 정신질환이 주 적응증이다. 지난해 승인받은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와 웰트아이는 불면증 치료제고, 임상 중인 디지털 치료기기도 인지장애, 범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이 대상이다. 그러나 강 회장은 앞으로 디지털 치료기기가 비정신질환으로 적응증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 회장은 “디지털 치료기기는 정신질환뿐 아니라 매일 관리가 필요한 암 환자, 식품 알레르기 환자, 장 질환 등 어떤 병도 적용할 수 있다”라며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하면 효과는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에는 만성질환, 근골격계, 안과 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중”이라고 소개했다.

강 회장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매일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비만,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은 식단, 혈당, 운동 등 생활 습관 개선이 중요한데, 디지털 치료기기를 사용하면 병원에 가지 않고도 매일 관리할 수 있다.

그는 만성질환 영역에서 디지털 치료기기의 역할이 클 것으로 확신했다. 강 회장은 “비만,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은 식단과 혈당을 매일 관리해야 하는데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면 관리할 수 있다”라며 “과거에는 당뇨 환자는 당뇨 수첩에 혈당과 식단을 수기로 기록했지만, 디지털 치료기기로 대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기기, 상용화되려면…“좋은 기업 나오고 급여 진입해야”

디지털 치료기기의 첫 처방이 이뤄졌지만, 미국과 독일 등 해외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신뢰와 인지도가 낮고, 가장 중요한 건강보험 수가 문제도 남아있다. 환자, 의사,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제도 정립도 필요하다.

강 회장은 디지털 치료기기 산업이 발전하려면 좋은 디지털 치료기기가 많이 나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과거 변변한 약이 없던 시절에는 식단 조절과 운동을 강조했다. 그러다 좋은 약이 나오면서 약물요법이 주가 됐다”라며 “디지털 치료기기도 그러한 단계로 넘어가려면 좋은 제품이 많이 나와야 하고, 기업에 대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수가다. 급여 제도에 진입하느냐에 따라 산업의 방향이 결정된다. 현재는 기업이 선별급여 또는 비급여를 선택해 시장에 임시로 진입할 수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최근 서울 종로구 중앙대학교 평동캠퍼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강 회장은 “당장 급여를 받으면 재정적 부담이 있지만, 디지털 치료기기로 나중에 더 큰 질환을 막아 재정 절감 효과가 있으면 선순환이라고 생각한다. 환자와 의료진의 만족도가 높고 효과적인 디지털 치료기기가 많이 나오면 급여시장의 문은 열려있다고 본다”라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디지털 치료기기의 효과를 인지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그는 “정부가 산업 육성을 위해 쉽게 허가를 내주면 신뢰를 잃고, 그렇다고 너무 엄격하게 하면 개발이 안 되기 때문에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시장을 잃지 않고 규정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발전하되 검증도 적절히 이뤄져서 효과적인 디지털 치료기기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회장은 제약과 건강기능식품 산업이 자리를 잡기까지 20년 이상 걸렸듯이 디지털 치료기기도 1~2년 이내에 자리를 잡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지속해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많은 관계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정부, 환자, 의료계 등 모든 관계자에게 도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디지털 치료기기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이바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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