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3관왕’도 탈락한 양궁 국대 선발전…축구협회 소환된 이유는? [이슈크래커]

입력 2024-03-1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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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7일 양궁 리커브 대표팀 안산이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여자 개인 결승전 한국 임시현과의 경기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연합뉴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양궁 3관왕을 차지한 안산(23·광주은행)을 2024 파리 올림픽에선 볼 수 없게 됐습니다.

11일 광주국제양궁장에서 열린 2024년도 국가대표 3차 선발전에서 안산은 16위 안에 들지 못하면서 탈락했는데요. 올해 국가대표로 나서지 못하게 되면서 8월 파리행도 좌절됐습니다.

안산은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혼성 단체전, 여자 단체전, 개인전까지 3관왕을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땄죠.

특유의 침착한 플레이를 자랑해오던 안산은 파리 올림픽에서도 유력한 메달 후보로 꼽혔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조기 탈락하면서 충격을 안겼는데요. 한편으로는 ‘한국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이 올림픽에서 메달 따는 것보다 힘들다’며 선수들의 뛰어난 실력에 감탄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양궁협회와 축구협회를 비교하며 혀를 차고 있기도 합니다. ‘축구협회는 양궁협회의 절반만 해라’ 등 일침도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끌죠.

▲임시현. (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양궁 국대 선발전, 올림픽보다 치열?…안산 조기 탈락 이유는

대한양궁협회는 치열한 국가대표 선발전을 벌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3차 선발전은 1차와 2차 선발전을 통해 추려진 리커브 남녀 각 20명의 선수들과 지난해 국가대표 4명이 참가해 경쟁을 펼칩니다. 지난해 국가대표를 지냈더라도 기록경기와 토너먼트, 리그전을 모두 치러 각 순위에 따른 배점이 부여됩니다. 3차 선발전은 총 6회전까지 치르는데, 3회전까지 남녀 16위 안에 드는 선수가 4회전에 진출하고 이후 6회전이 종료되면 최종 성적에 따라 남녀 각 8명에게 2024년 양궁 국가대표 자격을 줍니다. 이후 두 차례의 최종 평가전을 거쳐 남녀 3명씩 파리올림픽에 출전하죠.

안산은 지난해 국가대표 자격으로 3차 선발전부터 출전했는데요. 1회전에선 8위를 기록하며 배점 8.5점(만점 12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회전부터 흔들리고 말았는데요. 2회전에서 5점(만점 24점), 3회전에서 1점(만점 24점)에 그치면서 총점 14.5점 21위로 추락했죠. 16위 안에 들지 못하면서 국가대표에서 탈락한 겁니다.

올림픽 3관왕이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난 건 뛰어난 기량을 보인 선수들이 많았다는 걸 방증합니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 임시현(한국체대)이 3회전까지 1위를 기록했고요. 임해진(대전시체육회)과 염혜정(경희대)이 각각 2, 3위로 올랐죠.

남자부에서는 도쿄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김우진(청주시청)과 김제덕(예천군청), 오진혁(현대제철)이 각각 1, 2, 4위로 1~3회전을 통과했습니다.

▲대한양궁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일 오전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최강 한국 양궁, ‘선발은 공정하게 운영은 투명하게’

한국 양궁이 강한 이유로는 ‘공정성’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국가대표 선발전을 반드시 거쳐야 하고, 직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선수더라도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만 합니다. 학연, 지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은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과녁의 점수로만 국가대표가 결정됩니다.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양궁협회는 허들을 더 높이기도 했습니다. 기존 국가대표 선수라면 1, 2차전은 건너뛰고 3차전부터 선발전에 참여하는데, 당시엔 모든 선수가 1차전부터 참여한 겁니다. 2020 리우 올림픽 2관왕이자 선발전 당시 국가대표였던 장혜진은 2차 선발전에서 탈락했습니다. 여기에 양궁협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올림픽이 1년 미뤄지자 선발전을 또 한 번 치렀는데요. 부상으로 첫 국가대표 선발전에 기권했던 김제덕은 이때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17살이었던 김제덕은 도쿄 올림픽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남자 양궁 최연소 메달리스트가 되는 쾌거를 안았죠.

또 그해 여자 대표팀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25년 만에 올림픽 경험이 없는 선수들(강지영, 장민희, 안산)로만 구성됐는데요. ‘경험 부족’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협회의 철저하고 공정한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으로 실력을 입증한 이들은 보란 듯이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이때 여자 대표팀의 활약으로 한국 양궁은 올림픽에 양궁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9개 대회의 금메달을 모두 챙겼죠.

당시 로이터는 한국 양궁이 “메이저리그와 프로풋볼과 같은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했고,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궁수들에겐 올림픽에 가는 것이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어렵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양궁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 대해서도 호평이 나오는데요. 정의선 회장은 한국 양궁 미래 발전을 위해 양궁의 대중화, 글로벌 인재 육성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구상 아래 꾸준히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단체 후원 중 최장기간 기록을 쓰고 있기도 하죠. 양궁협회 재정 안정화는 물론, 양궁의 스포츠 과학화를 통한 경기력 향상, 우수선수 육성 시스템 체계화 등을 통해 한국 양궁이 세계 최정상에 오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운영 면에서도 호평을 듣는 양궁은 한국의 대표적인 ‘효자 종목’이 됐습니다.

▲10일(현지시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23-2024 프랑스 리그 1 25라운드에서 랭스와 경기하고 있따. (EPA/연합뉴스)

“정의선 회장님, 겸직 안 되나요?”…축구계에선 탄식만

양궁의 위상이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또 한 번 강조되자, 다른 스포츠 종목의 팬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습니다. 다름 아닌 축구 팬들인데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탈락 이후 불거진 문제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앞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능한 전술 운용으로 비판받던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했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높습니다.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A대표팀 사령탑은 공석이 됐고, 황선홍 U-23 대표팀 감독이 임시 감독을 맡으면서 겨우 위기를 넘겼지만 정작 3월 서아시아 U-23 챔피언십은 수장 없이 치르게 됐습니다.

이른바 ‘탁구게이트’의 중심인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둘러싼 논란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난달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전 전날 이강인과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충돌했으며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는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면서 공분이 일었는데요. 이강인이 영국 런던으로 가 손흥민에게 직접 사과했지만, 여론은 아직 냉담합니다. 이강인을 징계 차원에서라도 월드컵 최종 명단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죠. 황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팬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로 이강인의 이름을 월드컵 대표팀 최종 명단에 넣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팬들은 황 감독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분간 국대 경기는 안 봐야겠다”며 쓴소리를 남겼는데요. 무엇보다 많은 비판을 받는 건 축구협회입니다. 협회 차원의 진상 조사나 구체적 판단 없이 우유부단한 상황만 지속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는데요. 실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관련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소집하지 않는 징계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명목상의 징계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협회에선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게 됐죠.

사실 정몽규 회장은 축구 팬들에게 오래전부터 신임을 잃은 듯합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을 사령탑에 앉힌 최종 결정권자도 정몽규 회장인데요. 클린스만 전 감독의 임명 과정부터 불투명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는데, 정 회장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해명했죠. 그러나 자세한 설명이나 입장 발표는 없어 해석이 분분합니다. 게다가 계약 도중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만큼 거대한 규모의 위약금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협회의 세부적인 움직임은 보이질 않습니다.

이에 일부 축구 팬들은 양궁협회와 축구협회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정의선 회장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기도 합니다. 축구협회장을 겸직하면 안 되냐는 농담 아닌 농담(?)이 나오는 겁니다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월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태국전 보이콧 움직임도…축협 타격 받나

아시안컵 부진과 선수단 내 갈등, 감독 문제 등 혼잡한 상황을 책임지지 않는 축구협회를 향해선 ‘보이콧’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축구 유튜브 채널 ‘사이삼일 4231’ 운영자는 인스타그램에 “자리를 비워주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를 올리면서 “선수들의 행복과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정몽규는 자리를 나가고 관객들은 자리를 비워달라”며 “여러분의 하루 직관 즐거움에 선수들의 30년이 무너질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태국과의 월드컵 지역 예선 홈경기를 앞두고 보이콧을 촉구한 건데요. 13일 기준 이 게시물에는 1만7000개의 ‘좋아요’와 2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죠.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태국전 보이콧을 독려하는 글이 다수 게재됐습니다. 한 누리꾼은 “분명 협회는 선수들을 또 방패 삼아 카메라 앞에 세우고 응원 와달라는 식으로 감정에 호소한 티켓팅 유도를 할 것”이라면서 “태국전에서 텅 빈 관중석과 플래카드를 통해 한국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을 외신도 주목하게 하고, 이번 흥행 실패의 원인이 축구협회장과 무능한 인사들로 인해 벌어진 점이란 걸 해외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실제 현장까지 이어질진 미지수입니다. 다만 관중에 따라 스폰서 수익이 달라지기에 축구협회로선 부담일 수 있는데요. 사실 친선경기를 포함해 최대한 많은 A매치를 국내에서 치르게 하려는 것도 수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정몽규 회장이 FIFA와 AFC 핵심 임원도 꿈꾼다면 홈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관중을 확보해야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보이콧이 현실화한다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거죠.

반면 보이콧 반대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축구협회나 정몽규 회장이 아시안컵 실패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데엔 비교적 의견이 갈리지 않지만, 보이콧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부진한 성적을 내는 등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지역 2차 예선을 치르는데요. 이어 26일 오후 9시 30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원정 경기를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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