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정부가 공보의 도구처럼 차출…전임의 배치기준 강화는 말장난”

입력 2024-03-1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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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대거 입대하면 격오지 의료공백 심화할 것…의대 정원 원점 논의해야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 (신태현 기자 holjjak@)

정부가 전공의들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수습하기 위해 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무리하게 차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13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무리하게 진행된 정부의 공보의 및 군의관 파견으로 인해 의료현장 혼란과 지역의료 공백은 현실화됐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전공의들이 사직해 인력이 부족한 수련병원 20곳에 11일부터 군의관·공보의 158명을 투입했다.

주 위원장은 “이틀 전 비대위는 공보의와 군의관 차출은 오히려 의료 현장의 혼란만 가중할 것이며, 지역의료와 군 의료 공백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라며 “수련병원 파견에 차출된 공보의 중 상당수는 인턴도 경험하지 않은 의사들로, 병원 시스템과 업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주민들은 지금 정부의 행태를 보았을 때, 의사를 늘리면 지방의료를 살릴 수 있다는 정부 말을 믿을 수 없고, 지역 사람들도 서울에 있는 병원을 가라는 말로밖엔 들리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라며 “지역의료를 살리겠다고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한 정부가 오히려 대도시와 지방의 의료 격차를 더 벌리고 있는 이 황당한 현실을 국민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전문의 배치 기준 강화 계획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의료기관 설립 시 의사 배치기준을 개정해, 전공의를 전문의의 1/2로 산정하는 식으로 병원의 전문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주 위원장은 “아무리 큰 규모의 병원이라도 설립 시에는 부분적으로 운영을 시작하므로 필요한 의사 인력이 많지 않고, 전공의 배정도 거의 되지 않는다”라며 “배치기준을 굳이 개정하지 않아도 설립 초기에는 어쩔 수 없이 전문의 중심 병원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기관을 설립할 때의 의사 배치기준을 개정한다고 했으므로, 이미 운영 중인 의료기관들에는 이 기준을 적용할 수 없어 빅5 병원을 비롯한 대다수의 수련병원은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며 “정부는 교묘한 말장난으로 국민의 귀를 어지럽히지 마시기 바란다”라고 비판했다.

의과대학 학생들이 대거 현역으로 입대를 하면, 의료취약지역 문제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의사가 없는 격오지 공공의료기관에 파견할 공보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 위원장은 “휴학을 선택한 상당수의 의대생들이 현역 입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라며 “군 입영 대상자인 학생들은 어차피 장기 휴학을 할 것이면, 현역 입대를 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현재 공보의와 군의관을 도구처럼 마구 차출해서 이용하는 현실을 보고는 더욱 현역 입대가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의협 비대위는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백지화를 요구했다. 주 위원장은 “현 상황에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리하게 추진한 정책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의료계와 대화에 나서는 것”이라며 “정부는 올바른 해결 방법은 제쳐 놓은 채 너무나 황당한 방식의 해결책을 선택했고, 그로 인한 부작용은 즉각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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