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압박에 뿔난 중국 지방정부들, 국영 은행들과 담판

입력 2024-03-11 16:04수정 2024-03-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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랴오닝성·허베이성·톈진시 관리들, 베이징 찾아
양회와 별개로 고위급 회의 열고 부채 문제 논해
인프라채 발행 잔액, 국채와 맞먹어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달 20일 한 시민이 인민은행 앞을 지나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급증한 부채에 시달리던 중국 지방정부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지방정부 관계자들이 국영 은행들과 담판을 짓고자 베이징으로 찾아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식통을 인용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랴오닝성, 허베이성, 톈진시 관리들은 공상은행을 비롯한 18개 주요 국영 은행 관계자들과 부채 관련 고위급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별개로 자리를 마련할 정도로 부채 문제 해결에 다급하게 나섰다. 이 자리에서 허베이성과 톈진시는 미지급 부외 부채 재조정을, 랴오닝성은 정부 자산을 담보로 하는 부채 재융자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부외 부채는 장부에 기입되지 않은 부채로 오랫동안 지방정부에 시한폭탄처럼 여겨졌다. 인프라 개발을 위해 조달하는 인프라채가 대표적인 부외 부채다. 회계상 인프라채는 일반 예산이 아닌 특별 예산이나 정부 기금이 상환 재원인 만큼 정부 재정 적자에 산입되지 않는다. 중앙 정부로선 재정 적자를 늘리지 않으면서 인프라 개발에 나설 수 있어 지방정부들의 발행을 압박해 왔다.

결국 지방정부들은 최근 10년간 무수한 인프라채를 발행해 공사를 진행했고 막대한 부채를 떠안아야 했다. 이들의 노력은 중국의 인프라 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현재는 많은 지역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위기가 번지면서 이들 부담도 가중했다. 중국 시장조사 업체 윈드에 따르면 8일 기준 지방정부들의 인프라 채권 발행 잔액은 25조3000억 위안(약 4634조 원)에 달한다. 이는 지방정부의 신용으로만 발행하는 일반 지방채(16조 위안)를 크게 웃돌뿐더러 국채(30조 위안)에 육박하는 규모다.

지방정부들의 위기가 악화했다는 조짐은 이미 양회 직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방채 시장에서 광둥성 선전시 정부는 2019년 발행했던 인프라채 2억 위안에 대한 조기 상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채권은 7년 만기로, 발행 5년 후인 올해부터 선전시 정부가 조기 상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통상 권한 행사가 시장의 관행으로 여겨졌지만, 이들이 서둘러 갚지 않겠다고 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졌다. 선전시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부동산 타격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점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인프라채는 올해도 늘어날 전망이어서 불안감은 지속하고 있다. 리창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올해 전년 대비 1000억 위안 증가한 3조9000억 위안의 인프라채를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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