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신러닝 기법 적용해 90일 이내 사망률 예측…“치료 방법 탐색에 큰 도움”
중증 급성 호흡부전 환자에게 체외막산소공급장치 ‘에크모(ECMO)’를 적용할 때 인공지능(AI) 기술로 사망률을 예측하는 모델이 개발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임성윤 호흡기내과 교수와 정세영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제1저자 디지털헬스케어연구사업부 이하은 연구원)이 중증 급성 호흡부전 환자에서 에크모를 적용함에 있어 AI 기술인 ‘기계학습(머신러닝)’으로 사망률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해 유용성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에크모는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해 혈액을 환자 몸에서 빼내고, 체외 산화장치에서 산소를 혈액에 주입하는 동시에 혈액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다시 환자의 몸속으로 돌려보내는 생명유지 장치이다. 허벅지, 사타구니 등 큰 혈관에 삽관하며 정맥에서 혈액을 빼내 정맥으로 다시 넣는 ‘VV-ECMO’, 정맥에서 혈액을 빼내 동맥으로 넣는 ‘VA-ECMO’가 있다.
에크모는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지만, 치료를 받는 동안 전신의 염증반응, 감염, 응고 질환, 대사 문제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중증 급성 호흡부전 환자에게 에크모는 중요한 치료방법이지만, 에크모 치료에도 불구하고 사망률은 60% 이상으로 높다. 에크모 치료 진행 시 사망률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에크모를 써도 생존율이 매우 낮은 환자는 위험한 부작용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임상 현장에는 사망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가 있어도 이들에게 에크모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은 없다.
PRESERVE, RESP 점수를 참고할 수 있으나, 정확도가 떨어져 임상 적용에 한계가 있다. PRESERVE 점수는 환자의 나이, 체질량지수, 면역상태 등 8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6개월 생존율을 예측하며 점수가 낮을수록 생존 가능성이 높다. 반면 RESP 점수는 12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하며 점수가 높을수록 생존율이 높다.
이에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 16개 3차 병원에서 에크모 치료를 받은 급성 호흡부전 환자 368명의 다양한 생체 신호 및 임상데이터에 머신러닝 기법을 적용해 90일 이내 사망률을 예측하는 ‘익스트림 그라디언트 부스팅(XGB)’과 ‘라이트 그라디언트 부스팅(LGB)’을 개발했다.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는 전자건강기록(EHR) 시스템에서 수집한 40가지 특성이다.
연구팀은 이번 예측 모델의 성능 평가를 위해 내부 및 외부 검증을 통해 기존의 에크모 생존 예측 모델 RESP, PRESERVE와 비교했다. 평가 지표는 수신자 조작 특성 곡선 아래의 면적(AUROC)을 사용했다. AUROC는 어떤 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특정 검사 도구의 진단정확도를 나타내는 통계 기법으로, 인공지능 러닝 모델의 성능평가 지표로 사용된다.
연구 결과, 90일 사망률 예측 성능에서 AUROC 수치가 XGB 모델은 0.82, LGB’ 모델은 0.81로 기존 모델인 RESP(0.66), PRESERVE(0.71)보다 높았다. 외부 검증에서도 XGB 모델이 0.75로 RESP(0.70), PRESERVE(0.67) 모델보다 높았다.
정 교수는 “중증의 급성 호흡부전 환자에서 에크모 치료 적용에 대한 기계학습 모델 연구는 이 분야에서 최초로 시행된 연구”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 모델은 에크모 치료의 성공 가능성이 낮은 환자를 식별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 팬데믹 같은 시기에 제한된 에크모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며 의료진이 각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호흡기 및 폐 질환 분야 국제 학술지 ‘BMJ respiratory research’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