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프랑스, 헌법에 ‘낙태권’ 세계 최초 명시…미·유럽 낙태권 확대될까

입력 2024-03-05 15:12수정 2024-03-05 15:2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양원 합동회의서 찬성 780표ㆍ반대 72표로 가결
1975년 낙태 합법화 이후 50년 만의 진전
낙태 보수적 유럽 국가에도 영향 미칠 듯
미 11월 대선 주요 이슈 낙태권…여파 주목

▲프랑스 상원과 하원은 4일(현지시간)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전에서 양원 합동회의를 열어 낙태의 자유를 헌법상 기본권에 포함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가결 처리했다. 이로써 프랑스가 1975년 낙태 합법화에 이어 약 50년 만에 여성 인권에 있어 기념비적인 진보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파리/EPA연합뉴스

프랑스가 낙태권을 헌법에 명시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됐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랑스 상원과 하원은 이날 파리 외곽 베르사유 궁전에서 양원 합동회의를 열어 낙태의 자유를 기본권에 포함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가결 처리했다. 역사적으로 낙태 권리 확대에 반대해 온 극우 의원들도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이로써 프랑스가 1975년 낙태 합법화에 이어 약 50년 만에 여성 인권에 있어 기념비적인 진전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이번 개헌으로 프랑스 헌법 제34조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자유의 보장’이라는 문구는 ‘낙태할 권리’와 ‘낙태할 자유’ 사이에서 정부가 마련한 절충안이다.

프랑스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이번 헌법안이 가결된 후 의회에서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또 파리시는 에펠탑에 ‘나의 몸, 나의 선택’이라는 문구를 띄워 기념했다. 이 법안은 이미 상원과 하원에서 통과됐지만,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합동회의에서의 최종 승인이 필요했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목전에 두고 전격 타결됐다는 소식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의 자부심이자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평했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도 “우리는 여성들에게 도덕적 빚을 지고 있다”면서 “여성 권리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근처에서 4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낙태권을 헌법에 명기한 최초의 국가가 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파리/AFP연합뉴스

프랑스는 기존에도 낙태가 허용되고 있었지만 이번 개헌은 이를 기본권으로 명문화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미국이 2022년 낙태권 인정 판결을 폐기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2022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임신 약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이에 프랑스는 낙태권을 되돌릴 수 없도록 최상위 법인 헌법에서 보장받도록 노력을 기울이 결과 이번에 결실을 보았다.

프랑스의 이번 결정이 낙태에 보수적인 폴란드, 헝가리, 몰타 등 유럽국가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유럽 각국은 낙태를 헌법에 명기하지는 않았지만 상당수가 제약을 두더라도 비교적 폭넓게 낙태권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은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쟁점 중의 하나가 낙태권이다. 유럽과 달리 낙태권에 보수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미국에 프랑스의 이번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달에는 낙태를 금지한 미국 앨라배마주에서는 냉동 배아도 ‘사람’이며, 이를 폐기할 경우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까지 나왔다. 한편에서는 미국 양대 약국 체인업체인 CVS와 월그린스는 낙태를 합법화하는 주(州)내 매장을 중심으로 이번 달부터 경구용 낙태약 ‘미페프리스톤’ 판매를 시작하며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한편 교황청은 이날 성명을 통해 “보편적 인권의 시대에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있을 수 없다”며 프랑스의 낙태권 헌법 명시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낙태를 청부 살인자를 고용하는 것에 비유하며 낙태 행위를 비난한 바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