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테슬라 닮은꼴?…결정적으로 다른 한 가지 [이슈크래커]

입력 2024-03-0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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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전 세계 증시를 뒤흔든 기업 주식에 대한 신랄한 ‘경고’가 나왔습니다. 인공지능(AI)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세가 지나치다는 분석이 나온 건데요. 전기차 대장주로 한때 승승장구했던 ‘테슬라 닮은꼴’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된 상황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3일(현지시간) “전기차(EV)에서 AI로 시장이 뒤집히면서 엔비디아가 테슬라의 후계자(Successor)가 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매체는 두 회사를 비교하면서 엔비디아가 테슬라처럼 주가 급등기 이후 큰 폭의 하락장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엔비디아를 AI의 미래에 대한 무한 베팅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냉철한 시각을 지녀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빼먹지 않았죠.테슬라 주가가 영 힘을 못 쓰는 건 사실입니다. 테슬라 주가는 2021년 고점 대비 50% 넘게 하락했는데요. 엔비디아 역시 테슬라처럼 주가 급등기 이후 큰 폭의 하락장을 맞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엔비디아와 테슬라를 같은 선상에 놓기엔 무리라는 반박도 나옵니다. 엔비디아 주가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물론 아니지만, 테슬라가 벗지 못했던 ‘고평가’ 논란 등과 관련해 엔비디아는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가 이어지죠.

▲(AP/뉴시스)
한때 ‘제2의 애플’…오너리스크부터 전기차 시장 둔화에 ‘타격’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기술 혁신에 대한 꿈으로 주가가 치솟았다가 그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면서 바닥으로 추락한 사례를 상기시켜준다”며 테슬라 사례를 들어 엔비디아 주가 흐름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2017년, 투자자들은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는 당시 테슬라 주가가 증명하는데요. 주가가 정점을 찍으면서 테슬라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자동차 등 기존 내연기관 제조사 시가총액을 제치고 미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로 우뚝 섰습니다. 테슬라는 당시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이었던 ‘제2의 애플’로 불리며 미국 주식시장에서 기대주로 평가받았죠.

그러나 최근 테슬라는 어떨까요? 테슬라 주가는 2021년 고점 대비 반토막 났습니다. 지난해 7월 기록한 최근 최고치와 비교해도 31%가량 떨어졌는데요. 올해 나스닥 100 지수에서는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죠.

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꾸준한(?) 기행부터 각국이 경쟁적으로 무역장벽을 높이고 고금리와 글로벌 경기 부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확산하면서 전기차 수요까지 둔화한 탓으로 풀이됩니다. ‘테슬라 대항마’로 꼽히던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주가 역시 나날이 급락하고 있는데요. 문을 닫기까지 한 업체들도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0~2022년 상장한 전기차·배터리 업체 43곳을 분석한 결과, 로즈타운 모터스, 패러데이 퓨처 등을 포함해 3곳은 이미 파산한 상황입니다.

GM, 포드 등 미국의 빅3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 판매 목표를 일부 수정하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포함한 하이브리드차 증산에 나섰지만, 전기차만 만드는 테슬라는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 곧바로 매출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테슬라는 오히려 공격적인 확장 정책으로 반등을 꾀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미 시장의 앞마당인 멕시코에서 신규 공장 건설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독일에서는 기존 공장의 생산 능력을 두 배(연간 50만 대에서 100만 대)로 끌어 올리는 확장 계획을 진행하고 있죠. 여기에 중국 업체들이 국경 분쟁 등 이슈로 아직 공략하지 못한 인도 시장 진출도 꿈꾸고 있는데요. 머스크는 지난해 6월 미국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난 이후 최근까지도 인도 정부와 투자 문제로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엔비디아-테슬라가 닮은꼴?…“경쟁사·주가 과열·투자자들의 맹신” 지적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AI 모델에 사용되는 그래픽 칩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경쟁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늘리려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실제로 인텔은 ‘가우디3’라는 신형 AI 가속기를 최근 내놨는데요. 이전 버전인 ‘가우디2’보다 속도가 4배 빠르며, 이를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용량을 1.5배 늘리고 액체 냉각 솔루션도 적용했습니다. AMD는 AI 서버의 연산을 가속하는 MI300X GPU를 출시했는데, 최근 오라클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메타의 주요 데이터센터에 MI300X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죠. 여기에 MS 등 엔비디아의 ‘고객사’들조차도 자체 칩 개발에 나서고 있기에 엔비디아의 독주가 영원하진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매체는 현재 엔비디아의 이익 전망치 대비 주가가 18배 수준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주식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이는 테슬라가 최고점에 있을 때와 비슷하다고 전했습니다.

애덤 새런 피프티파크 인베스트먼츠 CEO는 “우리는 투자자들이 최신 기술 혁신이란 생각에 빠질 때 논리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을 여러 번 봤다”고 말했는데요. 매체도 “전기차나 AI의 파괴적인 힘을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이 절대 도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미래 성장에 돈을 지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부연했죠. 투자자들의 맹신이 주가 상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다.

이어 “닷컴 시대에 시장의 사랑을 받았던 시스코시스템즈는 여전히 성공적인 기업이지만, 주가가 정점에 달했을 때(2000년) 주식을 사서 계속 들고 있는 투자자들은 24년이 지난 지금까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죠.

콜 윌콕스 롱보드 애셋매니지먼트 CEO는 “거품은 그 바탕이 되는 아이디어가 현실이기 때문에 존재한다”며 “하지만 일반적인 거시(macro) 흐름이 현실이라고 해서 이러한 모든 벤처(투자)가 좋은 투자로 판명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습니다.

▲(AFP/연합뉴스)
엔비디아 주가 상승엔 ‘실적’ 근거 있다…강력한 조정 가능성도

하지만 엔비디아와 테슬라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각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린 요소를 꼽을 수 있습니다. 테슬라는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라 주가가 랠리 했지만, 엔비디아는 ‘실적’이라는 뚜렷한 근거를 바탕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건데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엔비디아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221억 달러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 206억2000만 달러를 웃도는 것은 물론, 전년 대비 265% 급증한 겁니다. 주당 순익은 5.15달러라고 발표했는데, 이 또한 시장의 예상 4.64달러를 크게 상회한 것은 물론 전년 대비 769% 폭증한 것이었죠. 매출은 265%, 주당 순익은 769% 각각 급등했습니다. 블룸버그 역시 엔비디아의 지난해 순익이 전년 대비 500% 이상 급증해 300억 달러에 육박했으며 올해는 또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실적에 대해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죠.

기업가치(밸류에이션) 고평가 논란에서도 두 기업은 차이를 보입니다. 테슬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0배 정도로 애플·아마존 등 이른바 ‘M7’ 종목 중에서 가장 높습니다. 주가를 이익이 따라잡지 못하면서 꾸준히 고평가 논란을 빚어왔는데요. 엔비디아의 12개월 선행 PER은 지난해 60배를 넘기도 했으나, 주가 상승 폭보다 이익이 더 많이 늘어나면서 현재 30배 안팎의 수준으로 1년 전 49 수준보다 내려온 상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 10년간 평균 12개월 선행 PER이 35배 수준이었던 점까지 고려하면 현재 주가가 지나치게 올랐다고 보기 어렵죠. 밸류에이션 고평가 논란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셈입니다.

또 수요가 둔화한 전기차 시장과 달리 AI 특수는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엔비디아의 칩은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폭발적인 수요를 자랑하는데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실적 발표 당시 “가속 컴퓨팅과 생성형 AI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변곡점)에 도달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기업, 산업, 국가 전반에 걸쳐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AI 산업으로 전환 과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엔비디아 주가가 고금리 시기에도 랠리하고 있다는 점, 엔비디아 매출의 80%가 데이터센터 수요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클라우드 업체뿐만 아니라 금융, 제약·바이오 등으로 시장이 확장하고 있다는 점 등도 주가 전망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죠.

하지만 최근 급격한 주가 상승이 경계해야 할 요소라는 건 분명합니다. AI 열풍이 주가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린 만큼, 강력한 조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도 힘이 실리고 있는데요. ‘가치평가계의 학장’이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석학 애스워스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는 지난달 자신의 블로그에서 엔비디아의 공정가치가 주당 436달러라고 평가했습니다. 현재 주가의 절반 수준이죠.

최근 산업을 막론하고 생성형 AI가 확산,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구축이 활발해지면서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그래픽 저장장치(GPU) 수요도 폭증했습니다. 이 말은 곧 데이터센터 구축이 마무리돼 갈수록 투자 규모도 줄어들 수 있다는 건데요. 당장 2024 회계연도 3분기(2024년 8~10월)부터 매출 증가율이 둔화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 성장세가 2024회계연도 이후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주가 모멘텀(상승 동력)이 다소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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