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원전 드라이브에…원자력 ETF '쾌재'

입력 2024-03-04 16:16수정 2024-03-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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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장 확대·탄소중립 정책 글로벌 수요↑
'에너지 자립 필요성' 이어 꾸준한 오름세
고준위 폐기물 처리 문제 등 여전히 숙제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모습이 보인다. (출처=뉴시스)

국내·외 원자력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전력 사용량 급증과 기후위기가 촉발한 탄소중립 정책이 전 세계 원전 수요를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날까지 두달여간 국내와 해외 원자력 기업을 3:7 비중으로 투자하는 ‘KBSTAR 글로벌원자력iSelect ETF’ 수익률은 9.7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한국전력, HD현대일렉트릭,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원자력 기업에 투자하는 ‘HANARO 원자력iSelect’와 ‘ACE 원자력테마딥서치’는 각각 14.54%, 9.97% 올랐다.

원자력 ETF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자립 필요성이 대두되며 지난해 급등한 바 있다. KBSTAR 글로벌원자력iSelect는 43.88%까지 치솟았고 HANARO 원자력iSelect(13.04%)와 ACE 원자력테마딥서치(11.55%)도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최근 이들 원자력 ETF의 상승 폭은 줄었지만, 오름세 자체는 이어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원자력 ETF 호조는 원전 안정성 문제로 주춤했던 수요가 다시 증가하는 분위기로 선회한 결과로 분석된다. 올해 1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까지 원전 발전량이 연평균 2.6% 늘고, 내년 발전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EA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이 줄며 원자력 발전 회귀와 재생에너지 성장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AI 시장 확대에 원자력이 안정적 전력 공급원으로 떠오른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원자력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AI 시대가 도래하며 전기가 더 중요해졌다”며 “원전 6기를 짓는 중이고 6월쯤 새 원전 8기 건설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가동 전력을 원전으로 조달하고, 소형원전(SMR) 승인을 위해 AI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정부 주도로 원전 산업 확대가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3조3000억 원 규모의 원전 일감과 1조원 규모 특별금융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조만간 발표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신규 원전 계획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현대건설은 불가리아 대형 원전 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15년 만에 해외시장 진출을 재개했는데, 정부 차원 원전 지원책이 주효한 역할을 했다고 봤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무탄소 발전인 원자력은 안전하고 저렴한 전력원으로서 주목받고 있으며, 생산비용 측면 강점은 특히 한국에서 두드러진다”며 “IEA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자력기구(NEA)가 각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균등화발전비용(LCOE)에 따르면 한국 발전 단가에서 원자력이 MWh당 39.4~67.2달러로 가장 낮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원전 보유국인 미국의 경우 올해 대선 결과에 따라 원전 산업이 더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황재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시 규제 완화가 예상되는 석유가스 파이프라인, 액화천연가스(LNG), 원자력에 훈풍이 예상된다”며 “원자력과 연계된 SMR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원자력 발전이 계획부터 준공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고준위 방사선폐기물과 같은 후처리 문제를 풀지 못한 대목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 산업 시설이 예고됐지만, 원자력을 통한 적기 에너지 공급 가능성은 적다”며 “고준위 폐기물은 보관 용량 한도에 접근하고 있어 수명 연장 등 조치와 처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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