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노는’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 시장…전세가율 상승에 집값 꿈틀거릴까

입력 2024-03-0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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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과 전세 시장의 탈동조화(디커플링)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까지 13주 연속 하락했지만, 전셋값은 되려 41주 연속 상승 중이다. 핵심지역에선 전세 신고가도 나오는 등 매매와 다르게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앞으로 전셋값이 더 오르면 향후 금리 인하 등이 시행될 때 언제든 집값이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4일 한국부동산원 통계 분석 결과 1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4.0%로 반년 전인 지난해 7월 52.7% 대비 1.3%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66.1%에서 66.8%로 0.7%p 오르는 데 그쳤다. 상승률만 놓고 보면 서울 전세가율이 전국 기준 대비 2배 가량 더 오른 셈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와 전세 시장 간 괴리는 지속해서 확대 중이다. 올해 누적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0.33% 내렸지만 전셋값은 0.57% 상승했다. 이는 대전(0.63%)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전셋값 누적 상승률이다.

실제로 주요 핵심지에선 전세 신고가도 포착됐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도곡렉슬’ 전용면적 59㎡형은 지난달 22일 신고가인 10억 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이 가구는 직전 계약 때 9억3450만 원에 계약서를 썼지만, 갱신 때 6550만 원을 올렸다. 강북지역에서도 마포구 ‘서강GS’ 전용 84㎡형이 지난달 2일 직전 신고가보다 1000만 원 오른 6억90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요도 전국 평균을 웃돌아 앞으로 전셋값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26일 기준 부동산원 전세수급동향 통계에 따르면 서울은 94.5로 전국(93.0)과 지방권(91.9)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0~200 사잇값으로 나타내며 100보다 크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이렇듯 전세 시장만 반년 이상 강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매매 시장 약세와 전세 시장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현재 매맷값과 전셋값이 반대로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금리가 매맷값을 통제하는 영향이 가장 크다”며 “당장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이 상당히 부족한데 이는 전셋값 상승 요소고, 여기에 비아파트 수요자가 아파트 시장으로 오면서 전셋값을 밀어 올리는 것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지난달 26일부터 시행된 주택담보대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 도입으로 매수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비율이 늘어날 가능성도 커졌다. 스트레스 DSR 제도는 대출 한도를 계산할 때 미래 금리 변동을 가정해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결정한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고려하므로 보수적으로 책정돼 보통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수천만 원 하락한다. 다만, 전세대출은 서민주거불안을 이유로 제외됐다.

장기적으로는 전셋값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과거 2000년과 2012년을 전후해 전셋값이 매맷값 하락에도 상승할 당시 투자 수요가 유입되면서 집값 급등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실제로 ‘아파트실거래가’ 집계 결과, 올해 1월 이후 서울에선 송파구(18건)와 노원구(14건), 강동구(14건) 강서구(14건), 양천구(11건) 등 주요 아파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갭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사실 서울은 매맷값이 하락했다곤 하지만 약보합 정도로 큰 폭의 하락은 아니다”면서 “하반기 이후 전셋값이 2년 전보다 비싸지는 시기가 오면,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전세 대신 매매로 돌아서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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