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다시 주운 외국인…'기술 우위' 기대, 경쟁 우려 완화

입력 2024-02-2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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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억 순매도→1063억 순매수 전환
경쟁사 빠른 추격에 HBM 경쟁 심화
"경쟁사, 격차 축소 단기간에 어려워"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칩이 컴퓨터 회로 기판 위에 보인다. (출처=로이터연합뉴스)

외국인이 SK하이닉스를 재차 장바구니에 담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선두를 달리는 SK하이닉스를 경쟁사들이 바짝 따라붙자 부랴부랴 물량을 쏟아냈다가 얼마 안 가 매수로 회귀한 것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1063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전날 455억 원어치 순매도했다가 하루 만에 순매수로 돌아서며, 팔아치운 물량을 곱절 넘게 되샀다. 외국인은 이달 1일부터 26일까지 SK하이닉스를 1조499억 원어치 사들였다가 전날 갑작스레 물량을 쏟아냈다. SK하이닉스의 이달 순매수액은 이날 기준 1조1056억 원어치다.

주가도 하루 새 등락 폭을 좁혔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2.73% 오르며 전날 하락분(4.94%)을 일정 부분 만회했다. 최근 SK하이닉스 주가는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강세로 외국인 순매수세를 등에 업으며 급등세를 이어간 바 있다. SK하이닉스 상승률은 이달 들어서만 17.3%에 달했다.

외국인의 ‘사자’ 흐름이 일시적으로 단절된 배경에는 업계 내에서 격화하는 HBM 경쟁이 자리했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업계 2,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전날 일제히 HBM 생산, 개발 계획을 내놨다. 마이크론은 ‘HBM3E’ 양산을 시작했다며 올해 2분기 출하되는 엔비디아 ‘H200’에 탑재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같은 날 업계 최대 용량을 구현한 HBM3E 개발을 공개하며 상반기 양산을 예고했다.

경쟁사 추격이 거세지자 엔비디아에 HBM3를 사실상 단독으로 납품해온 SK하이닉스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외국인의 ‘던지기’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가치사슬에 편입된 SK하이닉스 입지를 흔들 변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숨 고르기를 유발한 셈이다.

다만 증권가는 SK하이닉스의 HBM3E 출하가 다음 달부터 시작되며 선두 프리미엄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기술력이 경쟁사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는 뜻이다. 이 경우 SK하이닉스를 향한 기대가 우려를 넘어서며 외국인 이탈 가속화를 방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 제품의 수요 약세로 모두 HBM에 집중되고 있지만, 인공지능(AI)과 함께 대당 메모리 탑재량 증가로 일반 메모리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며 “한정적 생산능력(CAPA)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 될 것이며, 단기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 수율을 달성한 SK하이닉스의 우위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의 밸류체인 구축과 투자 소요 시간 등을 고려할 때, SK하이닉스와 CAPA 격차는 1년가량 발생 중인 것으로 보기 무방하다”며 “SK하이닉스의 24년 경쟁사 대비 신뢰성·수익성 격차는 지속될 것이며, 마이크론의 경우 SK하이닉스와 격차 축소는 단기간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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