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꽃피는 감빵생활?…재판서 마주친 수감자와 ‘옥중 펜팔’ [서초동MSG]

입력 2024-03-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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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전국 법원에서 다루는 소송사건은 600만 건이 넘습니다. 기상천외하고 경악할 사건부터 때론 안타깝고 감동적인 사연까지. '서초동MSG'에서는 소소하면서도 말랑한, 그러면서도 다소 충격적이고 황당한 사건의 뒷이야기를 이보라 변호사(정오의 법률사무소)의 자문을 받아 전해드립니다.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공식 홈페이지)

교정시설에서는 영어의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심심해도 취침시간 외에는 누워 있을 수도 없고 아주 잠깐의 운동 시간과 종교 활동, 식사시간 외에는 편집된 텔레비전 방송도 지겨울 수밖에 없다. 그런 무료함 가운데 외롭고 지친 수감생활을 달래주는 것이 바로 옥중 펜팔이다.

전쟁터에서도 사랑이 피어나듯 옥고를 치르는 와중에도 사랑과 우정, 시기와 질투가 싹튼다.

교정시설에서 펜팔은 좁은 방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사치다. 구치소 내 남녀 수감자 간 펜팔은 행동의 크나큰 제약이 있는 수감생활에서 재소자들이 누릴 수 있는 작은 호사인데, 몇 구절 문구에서 시작된 휘몰아치는 감정은 그들의 삶을 크게 바꾸기도 한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의 전 연인인 전청조 씨는 2020년 옥중에서 다른 남성과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 남녀 재소자로 옥중에 있었던 두 사람이 펜팔을 통해서 마음을 나누고 혼인신고를 했고 1년 뒤 이혼을 했다는 것이다.

전자발찌를 끊고 2명의 여성을 살해한 범죄자 강윤성은 과거 교도소 복역 중 회개하는 내용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 아내에 대한 사랑을 담은 에세이를 출판했는데 첫 인세를 교도소 내 펜팔을 주고받았던 여성의 계좌로 부쳤다고 한다. 이후 알려진 바로는 강윤성은 펜팔 여성이 자신을 떠날까 봐 두려워 인세를 보내줬다고 한다.

여성 수형자의 비중은 전체 수형자의 10%밖에 되지 않고 그중 20~30대 젊은 여성은 더 적다. 이들은 펜팔에서 선택의 폭도 넓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글로리' 캡처

보통 젊은 여성이 구속될 만한 범죄는 사기 등 재산범죄, 보이스피싱, 마약을 꼽을 수 있는데 마약 투약 사범이 외모가 예쁘다고 소문이 나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특히 언론에 떠들썩하게 보도된 ‘유명’ 여성 수감자들은 하루 평균 100통의 팬레터를 겸한 재소자들의 편지를 받는다고 알려졌다. 남성 수감자들 사이에서는 ‘인천 계곡살인 사건’의 이은해에 대한 관심도가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때로는 적극적으로 사진을 보내 먼저 자신을 어필하기도 한다. 보통 사진 반입이 금지되는데, 마약사범들은 ‘쓰리쿠’라는 방법을 통해 사진을 전달한다. 같은 방의 다른 재소자를 통해 사진을 전달받는 방법으로 상대방을 간택한 뒤 펜팔을 보내는 식이다.

마약사범은 보통 마른 체형이 많은데 약과 단절할 수밖에 없는 교정시설에 입소하면서 단기간 급격하게 체중이 늘곤 한다. 쓰리쿠로 자신의 사진을 전달해야 하는 마약사범들은 가족들에게 연락해 ‘구속 이전 사진을 찾아 보내달라’고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 20대 여성 마약사범은 전국 8곳에서 펜팔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30대 여성 수감자는 재판에 출석하는 길에 다른 남성 수형자의 눈에 띄었다. 수감자 전용 통로에 있는 기다란 거울에 여성의 모습이 비쳤는데, 이 남성이 빠른 눈으로 여성의 수감번호를 외워운 뒤 연서를 보낸 것이다. 수감자들 사이에서는 이 거울이 실물보다 예뻐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수감자들이 이보라 변호사(정오의 법률사무소)에 보낸 편지. (이투데이DB)

교도소 내에서 영치물로 구입 할 수 있는 종이와 펜의 종류는 극히 제한적이다. 밋밋한 흰 편지봉투도 그냥 보내는 법이 없다. 사인펜을 이용해 하트와 캐릭터 그림으로 빼곡 채워 마치 연애를 하는 기분을 내기도 한다.

편지가 몇 번 오가면서 서로 애인 행세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소소한 영치금을 주고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보라 변호사(정오의 법률사무소)는 “답답한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연애의 소소한 즐거움과 동종의 상황에 대한 교감을 이루기에 이만한 위로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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