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전문가들 “긴 호흡으로 자발적 기업문화 안착해야...세제지원 필요” [K-밸류업]⑤

입력 2024-02-2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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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 현장. (출처=한국거래소)

전문가들은 26일 공개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에 대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기업문화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방안이 상장사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기업 스스로의 인식과 관행을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를 열고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내용을 공개한 뒤 상장사, 투자자, 학계 등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공유하는 패널토론 자리를 마련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의 지원이 중요하다는 데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먼저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상무는 밸류업 세부안에 대해 “기업 가치 제고 방안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문화로서 자리 잡아야 한다. 각 기업의 특수성에 맞는 계획을 자발적으로 발표해서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자율성을 강조했다.

기업가치 우수 기업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코리아 밸류업 지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펀드 등 금융상품이 상장되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안정적 투자수요와 벤치마크 지표로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김 상무는 나아가 밸류업 지수 관련 파생상품 개발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에 대해 “일본과 달리, 현재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도 포함될 수 있어 기업들에 좋은 인센티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평가 소기업의 참여도 중요하므로 세제 지원 등 적극적인 인센티브 제공과 거래소의 지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실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 등기임원들의 보수 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기업 내 권한과 책임을 지닌 이사회가 관여해야 밸류업 프로그램이 단기 성과에 그치지 않고 전체 주주 입장에서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기업가치 개선 계획이 마련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기업가치 개선계획의 이행이 담보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요 과제로 기업가치 제고안의 영문 제공과 기관 및 개인투자자의 이행여부 점검을 제시했다. 또 앞서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수익성 지표가 높지만 시장 밸류에이션 지표가 저조해 성장잠재력이 낮은 기업들의 경우 성장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상장기업들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중장기적인 기업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 기업으로서 브랜드 경영, 인재육성, 경쟁력 강화 등의 노력을 언급하면서도 장기투자 문화를 위해 당국 차원에서 조기 금융교육, 세제개편 및 규제완화, 거래소의 해외 IR 지원 강화 등 도움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다 효과적인 주주환원책으로 자사주 매입 시 발행 주식 수가 아닌 유통주식 수 기준으로 시가총액을 산정하는 제도개선의 촉구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발행 주식 수를 기준으로 시총을 산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외국 사례를 보면 배당보다 자사주매입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만, 자사주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매입과 소각이 일치해야 한다. 자사주 매입을 해도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주주환원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유통주식 수만 해결이 되어도 최소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해결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PBR이 높은 기업에 대해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소폭 감면해주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교수는 “우리 국민 정서상 쉽지 않고, 세제 당국과의 협의도 필요하겠지만, 인센티브 측면에서 기업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들의 장기보유에 대한 인센티브로 세제 혜택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기업이 본질 가치 대접을 받아서 기업 측면에서는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추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증대시키고, 시장 측면에서는 안정적인 자금 흐름을 보장받는 형태의 자본시장의 발전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날 한국증권학회 제41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장사들이 투자지표를 공표할 때 시장·업종별 구분에 더해 기업규모와 벤처기업 여부 등 기업특성도 고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코스닥 기업의 경우 대기업의 하청업체이거나 중소벤처기업으로 모험 자본적 성향이 짙기 때문이다. 기업이 과도한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차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기업과 투자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을 당부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역시 기업의 성장 단계 등 중장기적인 수익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 가치 제고에 힘쓸 것을 조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 성장 단계에서 보면 일본은 성장기보다는 안정기와 성숙기에 접어든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그에 비해 한국 기업의 주주 환원율이 여전히 낮아 보인다”며 “산업이나 성장 단계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 너무 주주 환원 확대에만 강조하는 것은 기업 성향이나 섹터를 고려해 보면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이날 업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청취한 뒤 시장의 의견을 반영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우리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시장 대표기업 중심으로 적극적인 지원과 참여를 독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오는 5월 중 제2차 기업 밸류업 세미나를 개최해 세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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