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의협 ‘공개토론’…의사 수 부족 문제 입장차 여전

입력 2024-02-23 17:47수정 2024-02-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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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 발표에 실력행사부터” vs 의협 “개별적인 판단, 겁박 옳지 않아”

▲(왼쪽부터)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생방송 공개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KBS 사사건건 화면 캡처)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을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나는 등 의료 혼란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생방송 TV 토론회를 열고 각자 의견을 확인했지만, 간극을 줄이지는 못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주요 94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의 78.5%인 889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69.4%인 7863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누적 피해 상담사례는 189건이다. 전공의들이 담당하던 수술과 응급진료에서의 차질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날 KBS 1TV 시사 프로그램 ‘사사건건’의 특집 ‘의대 증원 논란의 본질을 묻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보수적으로 볼 때 1만 명이 부족하다는 연구결과를 확인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한계에 봉착하고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면서 “특히 고령화로 수요가 늘어나는 데 공급이 한정되면서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다. 또 워라밸을 강조하는 가치관 변화 등으로 인해 근무시간도 줄어들게 된다. 증원 없이는 막아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숫자 기준으로만 말한다. 각 나라의 의료보장체계, 의료시스템이 다른 점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스웨덴은 의사 수가 많지만, 자동차 내 산모 출산방법을 알려줄 정도로 의사를 만나기 어렵다. 선진국에서도 1주일에서 몇 개월까지 의사를 만나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기시간이 길거나 당일 전문의를 못 만나는 경우가 적다. 국민도 의사 수가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정부와의 논의과정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갈등이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필수의료과를 기피하고 떠나는 이유는 힘든 노동강도, 적은 보상 등이다. 현재 상황에서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나름의 결론을 가지고 있다. 몇 가지 보고서만 가지고 증원해야 한다는 건 상당히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논의 과정이 부족했다는 발언에 대해 박 차관은 “답답하다. 의대 증원 문제는 한두 해 추진한 게 아니다. 많은 연구가 있었다. 과학적 근거가 분명히 있다.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해 의료계와 28번 만났고, 논의도 많이 진행했다. 2000명이라는 숫자를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의료계와 흥정하듯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의견을 달라고 했다”고 답변했다.

정부는 필수의료를 살릴 패키지 정책으로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공정보상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정부의 필수의료 4대 패키지만으로 필수의료를 살릴 수 없다고 본다. 정부에서 요술 방망이처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개원의 입장에서 현장 상황과 괴리가 있다. 정부가 의사 수 2000명을 늘리는 데 당근으로 던진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박 차관은 의대 증원 규모인 2000명에 대한 조정을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너무 많지 않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늦어질수록 부족분을 메우려고 증원분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면 나중에 충격이 더 크다. 협상해서 양보할 과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2000명에 대해 한 발도 양보할 수 없다는 점이 협상의 걸림돌”이라며 “협상이나 협의라는 건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카드를 던졌을 때 가능하다. 정부가 유연성을 가져야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 확대만으로 의료계가 가진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의대를 증원해도 10년 후부터 배출된다. 고령화와 소득 증가로 입원이나 외래는 더 늘어나게 된다. 예정된 미래를 두고 현행 공급을 유지할 수 없다. 2000명 의대 정원을 늘려도 교육의 질에도 문제가 없다. 교수가 부족하다는 의견에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발표에 대해 전공의들이 단체행동이라는 실력행사부터 나선 것이라는 비판도 했다. 박 차관은 “수년간 누적된 경험에서 의사 파업에 따라 정부 정책이 뒤로 물러서는 것을 보고 실력행사부터 한 것”이라며 “그것 말고 방법이 없다면 그럴 수 있지만, 환자 곁은 지키면서 요구조건을 내놓을 수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전공의는 개별적으로 자기 판단으로 움직인 것”이라며 “정부가 먼저 압박하고 조장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명령, 구속수감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구체적인 단체행동을 하지 않고 개별적인 판단에도 겁박해서 누르겠다는 모습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의료계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놓고 평행선을 그리면서 환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안선영 중증질환자연합회 이사는 이날 TV 토론회 전화 연결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장기화할 조짐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환자 보호자는 잠도 못 이루는 상태”라며 “의사들은 자리를 지켜야 하지 않나. 정확한 건 정부도, 의사단체도 환자를 내팽개치고 버렸다. 제일 크게 피해 보는 환자를 배제하고 의사단체와 정부만 논의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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