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무쓸모’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

입력 2024-02-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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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부 유승호 기자
“기대했지만 역시 실효성이 없었다.” 홈쇼핑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가이드라인)이 개정된 지 약 1년이 됐지만 TV홈쇼핑업계는 이처럼 냉랭한 반응이다. 가이드라인은 송출수수료 산정방식을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사업자 간 상호협의토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갈등이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가검증 협의체’ 역할도 구체화했다.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사가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채널을 배정받고 지급하는 비용을 말한다.

TV홈쇼핑업계는 가이드라인 제정 당시부터 우려를 표했다.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게 최대 이유였는데, 우려는 현실이 됐다. TV홈쇼핑 사업자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갈등은 지난해 극에 달했다. 심지어 TV홈쇼핑 업체들이 ‘블랙아웃(방송 중단)’까지 불사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그도 그럴 것이 가이드라인 개정 후에도 TV홈쇼핑업계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CJ온스타일, GS샵,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4.1%, 17.3%, 60.2%, 89.4% 감소했다.

송출 수수료 상승은 영업이익에 더 큰 악재가 됐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2022년 TV홈쇼핑업체 7곳이 부담한 송출수수료는 1조9065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지난해엔 이보다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가입자 이탈을 겪는 유료방송사업자가 TV홈쇼핑 송출수수료를 수익모델로 삼고 있다고 지적한다. IPTV방송 매출 중 송출수수료 매출 비중은 2015년 12.6%에서 2022년 30.2%로 폭증했다. 반면 방송수신료 매출액 비중은 2015년 78.7%에서 2022년 57.4%로 줄었다. 케이블TV방송의 경우 2020년부터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이 방송수신료 매출을 넘어섰다.

유료방송사업자는 ‘송출수수료 의존증’ 탈피를 위해 새 수익모델을 발굴해야 한다. TV홈쇼핑업체도 지금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플랫폼 전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청자가 줄어들자, TV 대신 모바일·유튜브 수요 잡기에 나선 것이다. 올해도 송출수수료를 놓고 TV홈쇼핑업체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가이드라인만으론 양자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사업자 모두 TV시청자 감소 추세를 타개할 새로운 수익모델 찾기가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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