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서초도 줄줄이 시공사 선정 유찰…정비사업 발목 잡는 공사비

입력 2024-02-1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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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조현욱 기자 gusdnr8863@

서울 송파구와 서초구 등 주요 정비사업장이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조합의 시공사 선정 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잇따라 유찰되고 있는데 최근 2~3년 새 급증한 공사비 탓에 조합과 건설사의 가격 눈높이 차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사업 진행이 지연되면 향후 주택공급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송파동 가락삼익맨숀 재건축 조합이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진행한 재건축 현장 설명회에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8개 건설사가 참석했지만, 정작 수주전에는 뛰어들지 않은 것이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설명회 이후 입찰 참여 의향서를 냈다가 마감을 앞두고 철회했다.

기존 936가구를 1531가구 규모로 재건축 할 가락삼익맨숀은 서울 지하철 3·5호선 오금역과 방이역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더블 역세권이라 입지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락삼익맨숀 시공사 선정 입찰이 유찰된 것은 공사비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급등한 공사비를 생각하면 3.3㎡당 일반 브랜드는 800만 원 안팎, 하이엔드 브랜드는 900만~1000만 원 정도는 돼야 한다"며 "가락삼익맨숀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로는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락삼익맨숀 조합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하면서 3.3㎡당 809만 원의 공사비를 제시했다.

가락삼익맨숀 뿐 아니라 서울에서 여러 단지가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송파구 잠실우성 4차 재건축은 2차 입찰까지 진행했지만,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공사비를 3.3㎡당 760만 원에서 810만 원으로 올릴 예정이고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7차는 907만 원의 공사비에도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중구 신당9구역은 3.3㎡당 공사비를 742만 원에서 840만 원까지 올렸지만, 시공사 선정 입찰이 세 차례 유찰됐다. 동작구 노량진 1구역 재개발은 최근 진행된 시공사 선정 입찰에 포스코이앤씨만 참여했다. 이곳은 포스코이앤씨가 수의계약으로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사업의 수익성이 워낙 낮아진 상태라 기본적으로 조합이 제안한 공사비는 물론이고 경쟁 상황까지 까다롭게 따질 수밖에 없다"며 "대체로 어느 정도 이익이 확보되지 않으면 수주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라 지금과 같은 흐름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문제는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고 계속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조합을 구성하고 있는 개인들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더 내는 게 쉽지 않고 건설사도 원가 부담을 홀로 떠안을 수 없다는 점에서 풀기 어려운 문제"라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앞으로 3~5년 후 서울 주요 지역 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그에 따라 부동산 시장 가격 왜곡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조합과 건설사 양측이 모두 인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있으면 사업 지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원자잿값 상승 등에 따른 실질 공사비 변동을 파악할 객관적 근거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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