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명절 선물로 받은 영양제…중고거래 플랫폼에 되팔아도 괜찮을까요?

입력 2024-02-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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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테크’ 함부로 하면 안 되는 이유

이인석 법무법인(유) 광장 변호사
가장현 법무법인(유) 광장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 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 드립니다.

▲ 설 명절 연휴를 앞둔 1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택배 분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설 명절을 앞두고 감사하게도 주변에서 영양제 선물세트를 보내주셨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받은 영양제 선물세트만 3개라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허약해 보였을까요? 제가 다 먹을 수는 없는데… 중고거래 플랫폼에 되팔아도 괜찮을까요?

설 명절을 맞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받은 선물을 되파는 이른바 ‘명절테크(명절선물과 재테크를 합친 신조어)’가 한창입니다. 판매자는 당장 쓰지 못할 상품을 팔아 현금화할 수 있고, 구매자는 양질의 상품을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인데요.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도 있는 명절 선물 중고거래지만, 무심코 시도했다간 판매가 금지된 상품을 판매하거나 원치 않는 분쟁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중고거래를 위해 주의해야 할 사항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법무법인(유) 광장이인석 변호사가장현 변호사 두 분과 함께 자세한 내용을 짚어 봤습니다.

Q. 중고거래로 와인, 홍삼 등을 팔아도 되나요?

A. 와인, 위스키 등 주류는 주류판매업 면허를 가진 사람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면허가 없는 일반인은 판매할 수 없습니다(주류면허법 제5조). 만약 면허 없이 주류를 판매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까지 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조세범 처벌법 제6조).

한편 홍삼, 유산균, 비타민 같은 건강기능식품도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을 신고한 사람만 판매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징역 5년 이하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건강기능식품법 제44조). 건강기능식품에 해당하는지는 제품 포장에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 표지’ 유무로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판매자는 판매 게시글을 올리기 전 해당 품목에 인증마크가 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만 앞으로도 건강기능식품을 중고로 거래할 수 없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1월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가 개인 간의 소규모 건강기능식품 재판매를 허용할 것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권고함에 따라, 이에 맞는 식약처의 후속조치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 표지

Q.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명절 통조림 선물세트를 구매했습니다. 막상 열어보니 포장은 개봉된 흔적이 있고 원래 들어있어야 할 통조림도 몇 개 빠져 있습니다. 일부는 찌그러져 있는데 찜찜해서 먹을 수가 없습니다. 판매자에게 어디까지 배상받을 수 있을까요?

A. 개인 대 개인으로 이뤄지는 중고거래에는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청약철회와 같은 환불 규정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물론 중고거래 플랫폼이 이용정지 등을 하는 방법으로 자체적인 대처를 할 수 있겠지만, 이미 하자 있는 상품을 구매해버린 상황이라면 구매자로서는 어디까지 배상 받을 수 있을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이 때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중고거래 플랫폼 4개 사(당근‧번개장터‧세컨웨어‧중고나라)가 지난해 6월 체결한 ‘중고거래 플랫폼 사업자 제품안전‧분쟁해결 협약’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협약에 첨부된 ‘중고거래 분쟁해결기준’에서는 △하자가 중대한지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하자를 미리 고지했는지 △하자가 거래 전 발생했는지를 기준으로 단계별로 구매대금의 최대 30%에서 100%까지 판매자가 배상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분쟁해결기준에 의하면, 우리 사안은 물건에 중대한 하자가 있음에도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이를 전혀 고지하지 않고, 그 하자가 거래 이전에 발생했음이 강하게 추정되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구매자는 판매자에게 구매대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1) 반품에 필요한 택배비용 (2) 안전거래 수수료(단, 중고거래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운영정책상 수수료를 구매자에게 환급하는 경우는 제외) (3) 기타 원상회복에 필요한 비용까지 판매자에게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해당 협약은 어디까지나 자율협약으로 법적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판매자가 따르지 않는다고 하여도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구매자로서는 협약상 분쟁해결기준을 제시하면서 판매자와 협상을 시도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사진 제공 = 당근마켓‧번개장터‧중고나라)

Q. 판매자와 분쟁해결을 위해 대화를 시도해보았지만 도저히 입장이 좁혀지지 않습니다. 당사자 간 대화 말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A. 중고거래에서 판매자가 하자 있는 물건을 판매할 경우 구매자가 취할 수 있는 대표적인 대응방법 중 하나는 민사상 소액사건 심판을 청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됩니다.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비교적 간편하지만, 최근 사건 접수 량이 급증하면서 사건 접수부터 조사관의 사실 확인까지 비교적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위 협약에는 중고거래 플랫폼이 스스로 공정하고 투명한 분쟁해결 절차를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위 협약을 체결한 4개 사업자들 모두 분쟁해결기준을 활용한 자체 분쟁조정을 시행한 결과 이전에 비해 원만하게 조정이 성립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판매자나 구매자 입장에서는 민‧형사 소송이나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 이외에 중고거래 플랫폼에서의 조정이라는 또 다른 분쟁해결 카드를 보유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법률 자문해 주신 분…

▲ 이인석(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

이인석 변호사는 199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시작으로 법원행정처 형사심의관,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부장판사), 대전고등법원 고법판사 등으로 23년 동안 판사로 근무하면서 공정거래판결작성실무 집필위원, 정보법 판례백선 편집위원(통신 IT 분야)을 역임했습니다. ‘기업관련 형사재판의 쟁점’(법원 기업법연구회)을 집필‧발표했으며, 법원행정처에서 발간되어 법관들이 재판에 참고하는 법원실무제요(형사) 등 다수의 논문과 책을 집필했습니다. 2021년 법무법인(유) 광장에 합류해 특히 공정거래 사건, 기업관련 형사재판, 행정소송, 금융 및 증권소송, 기업소송 등의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 가장현(사법연수원 39기) 변호사

가장현 변호사는 2013년 법무법인(유) 광장에 합류한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로서 공정거래, 기업인수‧합병, 기업지배구조 및 기업일반 자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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