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도 ‘띠링띠링’…선거철 ‘문자·전화 폭탄’ 피하는 방법은? [이슈크래커]

입력 2024-02-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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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A 씨는 최근 ‘02’로 시작되는 전화를 하루에 10통 가까이 받았다. 처음에는 전화를 받아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했지만, 여론조사 전화라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스팸·광고 번호를 알려주는 앱을 설치해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밤에도 걸려오는 전화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 서울 중구에 사는 B 씨의 문자 보관함만 보면 거주 지역을 유추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은 물론 경기 양주, 강원 춘천, 대구 등 다른 지역구의 총선 예비후보자 선거운동 문자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B 씨는 “그 지역에 거주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내 번호를 아는지 모르겠다”며 “차단해도 문자가 끝이 없다”고 토로했다.

4월 제22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전화와 문자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를, 각 지역 예비후보는 선거유세 문자를 보내고 있는 건데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연락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만 있습니다. 대체 내 번호는 어떻게 알고 연락하는 걸까요? 대응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4·10 총선까지 두 달여 남은 가운데 예비 후보들의 선거운동 관련 내용을 담은 문자가 이어지고 있다. (출처=독자 제공)
“제 번호 어떻게 아셨어요?”…전화·문자 유세 활동 가능한 이유

피로감을 자아낼 수는 있지만, 전화나 문자를 통한 여론조사와 선거유세가 불법은 아닙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선거 120일 전에 지역구 예비 후보자 등록을 마친 후보는 입후보 사실을 알리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나설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전화나 문자를 이용한 유세 활동도 포함되죠.

공직선거법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할 때 여론조사기관이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 유권자 번호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 번호를 제공하는 건 아닙니다. 이동통신사들은 성별·연령별·지역별 특성에 따라 ‘050’으로 시작하는 가상번호를 여론조사 기관에 전달하게 되죠.

정당이나 여론조사 기관은 이동통신사에 비용을 내고 가상번호를 생성해달라고 요청합니다. 비용만 내면 횟수 제한 없이 여론조사를 할 수 있는 건데요. 이때 알뜰폰 가입자는 가상번호 제공 대상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알뜰폰 이용자인데도 최근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다면, ‘무작위’로 전화를 돌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론조사기관은 휴대전화 번호를 무작위로 생성해 전화를 걸기도 하기 때문이죠.

자신의 거주지와 다른 지역구에서 선거운동 연락이 오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 입니다. 해당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전화번호를 박박 긁어다 쓰는 건데요. 무작위로 번호를 선택해 연락을 돌리기도 하고, 각종 모임, 단체의 연락망, 캠프 안에서 각자 보유한 개인 연락망 등을 총동원한다는 전언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법적 빈틈에 유권자 피로 ↑…규제할 법적 근거 없어

현행법상 선거운동 기간 후보들이 전화나 문자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거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행위는 불법이 아닙니다. 수신 거부 의사표시 조치와 그 방법을 명시하는 등 일정 요건을 갖추기만 하면 되는데요.

전화로 선거운동을 하려면 사람이 직접 전화를 걸어 상대 동의를 얻은 후, 후보와 공약에 대해 설명해야 합니다.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허용되죠.

후보가 선거운동과 관련된 녹음 음성을 전화로 들려주는 ARS 방식은 불법인데요. 다만 선거운동이 아닌, 명절 인사, 여론조사 참여 독려 등은 가능합니다.

또 현행 공직선거법엔 전화번호를 입수하는 방법에 대한 규정이 없어서, 무분별하게 전화번호를 수집하는 건 막을 방법이 딱히 없습니다.

문자 메시지는 사실상 무제한으로 보낼 수도 있습니다. 20명 넘는 사람에게 동시에 단체 문자를 보내는 건 유권자 한 명당 최대 8번까지만 가능한 일인데, 20명 이하로 문자를 보내는 데엔 횟수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20명씩 나눠 보내기만 한다면, 계속 선거운동 문자를 돌릴 수 있다는 거죠.

즉 현행법의 빈틈이 유권자들의 피로를 키우는 셈입니다. 무분별한 선거유세 전화나 문자를 방지할 법적 근거가 없어 규제도 쉽지 않은 실정이죠.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20대 국회에선 ‘최소한의 개인정보 수집 근거를 마련하고, 선거구민 동의 없이 전화번호를 수집하면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진전 없이 회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습니다.

▲5일 오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종합상황실에 예비후보자 등록현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이동통신사 번호 제공 거부 가능…여론조사 질 높일 방법 찾아야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당이나 후보 지지도를 파악하기 위한 여론조사와 선거유세 연락은 급증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반발에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여론조사기관 등록 요건을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여심위는 지난달 8일 여론 조사기관 88개 가운데 34%인 30곳에 대한 등록 취소를 예고했는데요. 부실 여론 조사 업체 난립 우려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분석전문인력은 기존 1명에서 3명 이상으로 강화했습니다. 또 상근 직원 수 기준을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확대했죠.

강석봉 여심위 사무국장은 “이번 등록 요건 강화를 계기로 이른바 ‘떴다방’ 식 선거 여론조사 회사의 난립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조사회사의 전문성도 한층 강화돼 이번 총선에 관한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성과 객관성이 확보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쌓이는 연락에 피로감이 높아졌다면, 이동통신사를 통해 여론조사를 위한 번호 제공을 거부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통신사별로 SK텔레콤은 1547, KT는 080-999-1390, LG유플러스는 080-855-0016으로 전화를 걸면 여론조사 기관에 본인의 번호를 가상번호 형태로 제공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데요. 다만 정보 제공 유효기한이 있어 최근 통신사가 여론조사 업체에 번호를 제공한 경우 차단 이후에도 일정 기간 여론조사 전화가 올 수 있습니다.

선거운동 전화나 문자는 휴대전화의 차단 기능을 활용하는 게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쏟아지는 유세 홍보 문자에 일일이 차단 버튼을 누르는 것도 일입니다.

이에 여론조사의 질과 정확도를 높이려면 무분별한 선거 홍보 연락과 개인정보 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실로 급증하는 여론조사와 선거유세에 이를 스팸 번호로 오인하면서 응답률도 급락하고 있는데요. 민심이 왜곡할 가능성까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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