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환자 느는데…치료 담당할 신경과 의료진 태부족

입력 2024-02-13 06:01수정 2024-02-1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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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 켜진 뇌졸중 치료’…작년 전임의 지원자 5명 불과

국내 뇌졸중 치료 환경의 지속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을 치료할 전문의가 충분하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뇌졸중 분야 의료진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인력 수급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국내 뇌졸중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국내 뇌졸중 환자 수는 2018년 59만5168명에서 5년 뒤인 2022년 63만2119명으로 6.2% 증가했다. 의학계는 고령화와 생활습관 변화, 만성질환 증가로 당분간 뇌졸중 환자 증가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과 뇌혈관이 파열되는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으로 구분된다. 뇌경색은 뇌세포가 손상되기 전에 약물로 혈전을 제거하거나, 응급으로 혈관을 개통하는 시술을 통해 치료한다. 뇌출혈 발생 시 2차 손상을 막기 위해 혈압을 조절하고 출혈을 막기 위한 수술을 진행한다.

뇌졸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이송이다. 치료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지 못해 전원을 반복하며 시간을 소모하면, 비가역적인 뇌 손상이 발생해 신체 기능에 영구적인 장애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신속히 치료를 시작할수록 뇌 손상을 줄일 수 있고, 12시간 내 치료받지 않으면 회복 불가능한 후유증이 남거나 사망할 위험이 크다.

문제는 환자를 이송하는 119 구급대원과 의료기관간 연계망이 전무하단 점이다. 구급대원이 어떤 병원에 뇌졸중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이 근무 중인지 파악할 방법이 없다. 일일이 전화로 문의하거나, 인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병원으로 급하게 이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 도착한 의료기관에 환자를 치료할 전문의가 없어 대기하다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실제로 지난해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뇌졸중 환자 가운데 3시간 내 의료기관에 도착한 비율은 52%로 절반 수준이다.

이경복 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학계에서 각 지역 119와 자체적으로 업무협약을 맺고 뇌졸중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마련된 협업 시스템은 없다”라며 “어떤 병원에 전문의가 있는지, 해당 전문의가 그 순간에 근무 중인지 하나하나 구급대원이 전화로 파악하고 환자를 이송하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그는 “환자의 생사와 치료 이후 삶의 질이 운에 따라 갈려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의료기관간 네트워크도 부족하다. 현재 전국 14개 의료기관이 ‘권역심뇌혈관센터’로 지정돼 지역 내 뇌졸중 환자를 받고 있지만, 각각의 의료기관간 인력 근무 상황, 설비 및 환자 수용 여력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체계는 구축되지 않았다.

개별 의료기관이 독립적으로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어,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복지부는 각 의료기관간의 공조를 위해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기반 응급심뇌혈관질환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다.

뇌졸중 치료가 ‘기피 분야’로 꼽히는 현실도 개선해야 한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경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 83명 중 뇌졸중 분야 전임의 지원자는 5명에 불과했다. 일손이 귀한 만큼, 업무 과중이 불가피하다. 2018년과 2019년 23개 상급종합병원에서 22개 전문 진료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공의 1인당 연간 중증환자 진료 건수는 평균 97건인데, 신경과 전공의는 4배가 넘는 406.6건에 달했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신경과 교수는 “수련병원 중 전공의가 동료 없이 혼자 당직을 서야 하거나, 교수가 당직 근무와 유사한 방식으로 환자를 봐야 하는 상황도 적지 않다”라며 “신경과 중에서도 응급 상황이 없고, 고령화와 관련이 있는 치매·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환에 인력이 몰리고 뇌졸중은 대표적인 기피 분야로 남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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