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선거] 학교 일진들 왜 투표소에 모였을까…우당탕탕 선거철 사건사고들

입력 2024-02-11 09: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가 이뤄진 10월 11일,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 2층 보타닉홀에 차려진 가양제1동8투표소에서 강서구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편집자주] 본격적인 선거철이 시작됐다.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워지는 시기다. 부정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직선거법은 선거기간 동안 우리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세부적이고 모호하다. 검찰 ‘공안통’으로 꼽히는 전문가 최창민 법무법인 인화 변호사와 함께 선거 기간 동안 조심해야 할 부분을 정리해봤다.

수십 년 간 이어진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법과 제도가 선거 때마다 새롭게 바뀔 때마다 웃지 못 할 해프닝과 다양한 사건 사고도 발생한다.

최창민 법무법인 인화 변호사는 검찰에서 수십 년 간 무수하고 다양한 선거 사건을 겪어봤다. 그가 직접 보고 들은 황당한 각양각색 사건들을 전해준다.

“투표소 가서 우리 형님 찍어라”

2020년 4월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는 선거권자 연령이 선거일 기준 18세 이상으로 하향됐다. 고등학교 3학년 중 생일이 4월 15일 이전인 이들은 투표할 수 있었다.

선거 당일, 어느 지역 고등학교 ‘일진’들은 자신들이 모시는 형님이 출마하자 투표권이 있는 친구들에게 “투표소에 가서 그 형님에게 한 표 던지고 인증샷을 찍어오라”고 시켰다. 그 일진들은 투표의 비밀침해죄로 처벌받았다.

고등학교 3학년들에게 술과 안주를 사주고 자신을 지지하게 한 후보자도 있었다. 그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인매수와 청소년보호법위반으로 처벌받았다.

이거 ‘한문철의 블랙박스’에서 본 것 같은데…

교통이 불편한 시골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투표소까지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선거가 치러진 어느 날, 선거에 출마하는 한 후보자의 측근이 그 지역 주민들을 위해 승합차를 대절했다. 연로한 유권자들이 편하게 투표하고 오라는 이유였다. 덕분에 주민들은 이 차를 타고 편하게 투표소를 향했는데, 문제는 승합차의 운전자였다. 그는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는 사람이었고 투표소까지 가는 운전하는 길에 “우리 후보님 찍어주세요” 라며 선거운동까지 한 것이다.

버스가 투표소 앞에 도착하며 이를 본 선관위 소속 단속원이 그 모습을 적발했다. 선거 당일에는 선거운동이 금지돼 있다. 승합차나 버스 대절도 주민회가 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지만 후보자 측에서 하는 것은 위법이다. 당황한 운전자는 그대로 운전대를 잡고 차량으로 단속원을 친 뒤 달아났다고 한다.

다른 이유로 버스를 대절한 사건도 있다. 작은 기초자치단체에서 단체장 선거를 할 때 후보자가 군민 거의 전부에게 선물을 제공하고 그 후 당선이 된 일이 있었다. 수사 과정에서 군민 절반 이상이 금품을 받은 것이 드러났고 상황이 심각해지자 주민들은 버스를 대절해 수사기관에 자수하러 갔고 각자 진술서를 작성하고 돌아갔다.

대한민국 선거의 아이콘 ‘허경영’

허경영 국가혁명당 당명예대표는 15‧17‧20대 대선에 출마한 ‘선거 고인물’이다. 그럼에도 그는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경력을 부풀리는 등 여러 차례 허위사실을 퍼트렸다.

허 대표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선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결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조지 부시를 만나 지지를 약속받았다”고 주장하며 부시와 찍은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 2022년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가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출정식을 열고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후 이 사진은 합성사진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그의 발언도 거짓임이 알려지며 그는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구속돼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허 대표는 21대 총선에서 ‘천사 오링테스트’를 통해 후보자를 공천했다. ‘천사’에게 후보자의 이름을 말한 후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모은다. 잡아당길 때 두 손가락이 떨어지지 않아야 공천을 받을 수 있다. 당시 공천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오링테스트를 통과한 인물이다.

‘여성후보자 비율’ 만큼은 거대 야당 제쳤다

국가혁명당 당 대표와 공천 절차는 다소 이상하지만, 이래 봬도 정당법에 따라 중앙선관위에 신고 절차를 거친 어엿한 정당이다.

허 대표가 이끄는 국가혁명당은 여성 후보 비율이 상당히 높다. 2020년 21대 총선 기준, 전국 253개 지역구에 77명의 여성 후보를 추천해 중앙선관위로부터 여성추천보조금 약 8억4200만 원을 받았다.

여성추천보조금 지급기준은 총 추천 후보자 중 30% 이상이 여성이어야 하는데, 국가혁명당은 그 지급기준에서 1명을 넘겨 30.4%로 그 기준을 넘겼다. 당시 여성추천보조금을 받은 유일한 정당이다.

학력은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예요?↗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는 허위의 대상이 한정된다. 후보자와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에 관한 것이며 출생지와 가족관계, 신분, 직업, 경력, 재산, 행위, 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 지지여부 등이 그 대상이다.

유독 학력과 경력 기재에 관련한 사건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선거 공보에서 학력에 엄격한 요건이 적용된다.

공직선거법 제49조(후보자등록 등) 제4항 제6호는 후보자가 후보자등록 신청을 위해 제출하는 서류로 ‘초‧중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에서 인정하는 정규학력에 준하는 외국의 교육기관에서 이수한 학력 증명서를 정하고 있다.

제출 서류에는 최종학력을 기재해야 한다. 대학교와 대학원 중 대학원만 기재해야 하는 식이다. 또한 정규학력을 기재해야하기 때문에 최고위 과정이나 방문학자 과정, 정규학교가 아닌 경우 기재할 수 없다.

법원 판례 중 미국령 괌 소재 아메리칸 국제 대학교(AIU) 정치행정학과 졸업(법학박사)은 정규학력에 준하는 외국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력에 해당될 수 없다고 정한 사례도 있다.

▲ 4·5 재보궐선거를 앞둔 지난해 3월 전북 전주시 서신동주민센터에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선거 벽보가 걸려 있다. (뉴시스)

‘대우’ 뗀 ‘상무대우’ 조심해야

공직경력도 허위로 기재하는 경우가 잦다. 아래의 경우 모두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

△별정직 1급 상당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을 ‘차관보급’이라고 기재한 경우
△‘상무대우’로 근무했음에도 ‘상무’라고 기재한 경우
△국회의원 보좌관을 역임한 사실이 없음에도 ‘20대에 부군수급 최연소 보좌관’이라고 기재한 경우
△국회의원 비서임에도 ‘비서관’이라고 기재한 경우
△국회의원 의원실에서 비공무원인 ‘국회인턴’으로 근무했음에도 ‘정책비서’로 근무했다고 기재한 경우
△시간강사임에도 ‘○○대학교 외래교수 역임’이라고 기재한 경우
△대학교에서 시간강사, 연구원으로 근무했음에도 ‘초빙교수, 연구교수’로 기재한 경우 모두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

우당탕탕 선거…이번 총선은 또 어떤 사건이

이밖에도 황당하고 소소한 선거법 위반 사건은 끊이질 않는다. 사전투표제가 시행된 이후 사전투표일과 본투표일 이틀 모두 투표소를 찾아 이중투표를 시도하는 사례, 출근길 유세 중인 후보자 앞에서 “골프 연습을 한다”며 골프채로 위협을 가한 사건 등 모두 형사 처벌 대상이다.

최창민 법무법인 인화 변호사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해방 이후 어렵게 민주주의를 이뤘고 군사독재시대를 거쳐 국민 스스로 민주주의를 쟁취한 국가인 만큼 민주주의의 기본이자 핵심 가치는 선거제도”라며 “4월 총선이 큰 사건 사고 없이 무사히 치러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도움 = 최창민 법무법인 인화 변호사

법무법인 인화는 2020년 대검찰청 선거상황실장을 역임한 최창민 변호사(전 서울중앙지검공공수사1부장)를 중심으로 경력 15년 이상의 변호사 6명의 ‘선거사건 패스트트랙 대응팀’을 구성해 선거사건에 대응하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