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뭐 볼까?…견고한 '가족주의' 허무는 가족영화

입력 2024-0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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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ㆍ딩크족 증가하면서 가족 형태 다양해져
가족 구성원의 개성 인정하는 영화가 진짜 '가족영화'
추천작은 '빌리 엘리어트'ㆍ'리틀 포레스트'ㆍ'괴물'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우리에게 안정감을 제공하지만, 다른 곳으로의 질주를 방해하는 허들이 되기도 한다. 가족 구성원의 자유와 개성을 무시할 때, 그 울타리는 넘기 힘든 벽이 된다. 대개 가족 간의 비극은 그 벽을 넘지 못할 때 생긴다.

가족 구성원을 삶의 단독자,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야 가족주의의 벽이 허물어진다. 내가 나로서 존중받고 싶으면 상대를 아빠나 엄마, 자식이 아닌 주체적이고 개별적인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 그런 장면이 하나라도 있는 영화가 좋은 가족영화다. 설 연휴 가족과 함께 한 자리에 모여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영화를 감상하는 건 어떨까.

발레하는 아들을 인정하는 아빠의 이야기…'빌리 엘리어트'

▲영화 '빌리 엘리어트' 포스터 (팝엔터테인먼트)

먼저 아빠다움을 살펴보자.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영화 '빌리 엘리어트'(2001)는 가난한 환경 속에서도 발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분투하는 11살 소년 빌리(제이미 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편으로 이 영화는 아들의 꿈을 응원하는 아빠(게리 루이스)의 서사이기도 하다.

영화 초반부, 아빠는 빌리가 남자답게 권투에 정진하길 희망한다. 발레를 배우고 싶다는 빌리의 말에 아빠는 "사내들은 축구나 권투나 레슬링을 한다. 빌어먹을 발레는 안 해"라고 일갈한다. 하지만 빌리가 발레에 소질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아빠는 아들의 꿈을 응원하기로 마음먹는다.

'빌리 엘리어트'는 마거릿 대처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 시기의 광부 대파업을 배경으로 한다. 광부로 일하는 아빠는 발레 학교에 합격한 아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동료들과의 파업 대열에서 이탈해 일터로 향한다.

빌리에게 권투를 강요하던 아빠가 발레하는 아들의 존재를 지지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발레 동작인 피루엣(pirouette)을 성공한 후 웃는 빌리의 표정만큼이나 아름답다.

자신만의 인생을 살겠다며 가출한 엄마…'리틀 포레스트'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플러스엠)

다음은 엄마다움이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2018)는 임용시험에 실패하고 서울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김태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팍팍한 서울 생활에 지친 혜원은 고향 집에 도착하지만, 그곳에는 엄마(문소리)가 없다.

엄마는 혜원이 서울로 대학 갈 때, 자신만의 인생을 살고 싶다며 집을 나갔다. 혜원은 그런 엄마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어렸을 때 엄마에게 배운 요리법을 통해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정신적 허기를 채워나간다.

혜원이 엄마와 함께했던 과거와 현재 시점이 맞물리며 진행되는 이 영화에는 남편 없이 혼자 시골에서 딸을 키웠던 한 여성의 외로움과 쓸쓸함이 있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딸을 두고 어딘가로 떠난 엄마의 발자국에는 어떤 것들이 담겨 있을까?

아마도 그 발자국에는 오롯한 자신으로 살고 싶은 한 인간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을 것이다. 관객이 혜원 엄마를 무책임하다고 비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들답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영화…'괴물'

▲영화 '괴물' 스틸컷 (NEW)

자식다움도 마찬가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2023)에 등장하는 엄마는 아들에게 결혼해서 화목한 가족을 이루라고 말(혹은 강요)한다. 이는 가족주의와 이성애중심주의가 결합한 말로,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는 폭력적인 표현일 수도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해진 가족,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흔들고 싶었다. 거기에 의문을 던진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독의 말처럼, 반드시 결혼해서 혈연 중심의 가족 공동체를 꾸리지 않아도 된다. 각자의 위치에서 남에게 민폐 끼치지 않으며 성실하게 1인분의 삶을 살아내는 것. 그것만으로도 아들의 역할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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