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양탕국’이라 불러?…대법 “상표특허에 해당”

입력 2024-02-0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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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사용된 이름이란 사정만으로 등록무효 단정할 수 없어”

커피 옛 명칭 ‘양탕국’…“식별력 없는 표장” 논란

1심 특허심판원, ‘등록무효’ 심결…식별력 불인정
2심 특허법원, ‘심결취소’ 판결…“식별 인정해야”
“등록무효 심판 청구자, 입증책임 진다” 첫 설시

예전에 사용된 적이 있는 이름이란 이유로 특정 상품의 상표 등록을 인정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상표가 한 때 사용된 상품 명칭으로 구성됐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상표등록 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 인천광역시립박물관 기획특별전 포스터. (이투데이 DB)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커피가 과거 ‘양탕국’으로 불렸던 점을 근거로 등록 상표인 ‘양탕국’에 대해 등록무효 심판을 청구한 상고심에서 “이 사건 등록 상표에 상표등록 무효사유가 있다는 주장을 배척한 원심 판결을 수긍해 상고를 기각했다”고 6일 밝혔다.

원고는 표장을 ‘양탕국’으로 하고 카페‧커피전문점 등을 운영하는 상표권자다. 피고는 2022년 5월 원고를 상대로 등록상표 ‘양탕국’에 등록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피고는 “양탕국은 ‘커피의 옛 명칭’으로 지정서비스업(카페‧커피전문점‧간이식당) 성질이나 내용 등을 보통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것에 불과하다”며 “특정인에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건 공익상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허소송에서 1심 역할을 하는 특허심판원은 같은 해 11월 피고 측 심판청구를 인용하면서 상표등록이 무효라는 심결을 내렸다. 이에 원고는 심결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2심을 맡은 원심인 특허법원은 상표등록이 무효가 아니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하면서 심결을 취소했다.

특허법원은 “상표가 한 때 사용된 상품의 명칭 등으로 구성됐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일반 수요자가 등록결정일 당시를 기준으로 그 상표를 상품 성질을 표시하는 것으로 인식한다거나, 공익상 특정인에게 그 상표를 독점시키는 것이 부당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 역시 원심과 같이 판단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상표의 식별력은 상표가 갖고 있는 관념과 상품과의 관계, 당해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 성질, 거래 실태와 거래 방법, 상품 속성, 수요자의 구성 및 상표 사용 정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대적이고 유동적인 것”이라며 “상표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당사자가 구 상표법상 사유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주장 및 증명할 책임을 진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표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당사자가 상표등록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주장‧증명할 책임을 진다는 점을 설시한 첫 판결이다”라고 평가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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