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턴 이재용, 등기이사 복귀하고 M&A 시동 거나 [종합]

입력 2024-02-0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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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지난 9년여간 시달렸던 경영 족쇄를 벗었다. 이번 사법 리스크 해소로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재판부가 이 회장 측 손을 들어줬지만, 검찰이 항소하면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3~4년 더 걸릴 수도 있다. 다만 1심 무죄로 이 회장의 경영상 보폭은 넓어졌다.

그동안 부당합병 사건의 재판은 총 106차례 열렸고, 이 회장은 95번 법정에 출석했다. 매주 서초동에 발이 묶인 그는 반쪽짜리 경영으로 삼성을 지탱해 왔다.

재계는 이번 1심 무죄로 인해 이 회장의 향후 경영 행보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앞선 최후 진술에서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 시켜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를 부탁 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삼성은 작년 연말 인사에서 미래사업기획단을 만든 데 이어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도 신설했다.

이 회장의 '뉴삼성' 구축을 위한 대대적인 인사나 조직 개편 등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이나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등도 재판 결과에 맞물려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은 보수적이거나 안정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이 이번에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면서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3월 정기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은 부회장이던 2016년 10월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는데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으면서 2019년 10월 재선임 없이 임기가 만료돼 지금까지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이번에 혐의를 벗으면서 3월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회장은 미등기임원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다. 등기임원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ㆍ정관을 위반할 경우 법적 책임도 지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수합병(M&A) 추진 등 투자를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적극적인 경영을 하려면 등기임원으로 복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간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황 악화와 총수의 경영 활동 제약이 맞물리며 오랜 기간 부진을 맛봤다. 스마트폰ㆍ가전ㆍ반도체 등 기존 주력 사업의 수익성이 주춤하며 미래 성장성도 불투명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애플에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13년 만에 내준 데 이어 반도체 매출도 미국의 인텔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삼성은 미래를 위한 과감하고 선제적 투자와 신사업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6G △인공지능(AI) 반도체 △전장 △바이오 등 다양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삼성의 역량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8년째 멈춰있던 대형 M&A도 구체화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삼성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대형 M&A를 착실히 하고 있다"며 M&A가 진행되고 있음을 거듭 알렸다. 한 부회장은 2022년에도 "M&A가 활성화돼야 서로 성장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올해 M&A의 기회는 무르익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I 패권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실탄도 충분하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93조 원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번 무죄 선고를 완전한 사법리스크 해소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뉴삼성을 위한 토대를 다지는 시점에 있어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발굴, 대형 M&A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운영 보폭은 상당히 넓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변호인은 선고공판 이후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생각한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검찰 측의 항소 계획에 대해 이 회장 변호인은 "조금 전에 말씀드린 사항 외에 지금 더 말씀드릴 사항은 없다"며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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