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취급 받는 한국 주식, 상장사 10곳 중 7곳, ‘푸른 멍’ 범벅 [코스피, 잃어버린 6년①]

입력 2024-02-04 17:03수정 2024-02-0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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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순자산비율 0.90배…24개국 신흥국가 평균치에도 못 미쳐
전문가 “소액주주 홀대가 핵심 원인”…정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촉각

▲그래픽=이진영 기자 jy1010@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던 2018년 국내 자본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드디어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코리아디스카운트는 국내 증시가 해외 주요 증시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는 현상을 말한다. 6년이 지나고 2024년 현재 국내 상장사의 절반 이상은 오히려 6년 전에 비해 주가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의 가치가 외국 상장 기업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고질적 문제를 살펴보고 전문가들의 실마리를 모아본다.

“주식 창이 분단된 남북같다. 미국은 주식은 훨훨 나는데 한국은 새파랗게 질린 모습니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하는데 아직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4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일찌감치 ‘미장’(미국 증시)에 뛰어든 친구들이 부럽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이달 추진한다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믿고 국내 주식 비중 확대를 고민 중이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한국 증시를 등지고 미국 등 해외로 방향을 돌리는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릴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 상장사 10곳 중 약 7곳은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던 2018년보다 더 뒷걸음질했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1912개의 주가를 6년 전과 비교했을 때 전체 기업의 66.6%(1273개 사)는 오히려 하락했다. 주가가 오른 기업은 33.3%( 637개사)에 그쳤다.

업종별 주요 지수 10개를 보면 IT(36.01%)를 제외하고 필수소비재(-47.6%), 유틸리티(-41.7%), 에너지(-39.1%), 의료(-33.6%), 금융(-29.1%) 등 9개 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특히, 하락률이 가장 높던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에너지 등은 전체 종목의 78%가 6년 전 대비 주가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비케이탑스(-97.52%), 제이준코스메틱(-97.47%), 오가닉티코스메틱(-97.19%), 스킨앤스킨(-96.12%) 등은 하락률 8~11위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휴림네트웍스(-99.15%), 노블엠앤비(-98.55%), 에스엘에너지(-98.42%) 등 전기전자 업종도 급락 여파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에코앤드림(4553%)의 상승 폭이 가장 높았으며, 엠로(3632%), 삼아알미늄(2566%), 금양(2520%), TCC스틸(2344%), 에코프로(1831%)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기업 본질 가치보다 테마성으로 상승해 기업의 지속성을 평가하기에는 조심스럽다는 해석이다.

▲ 각국 전체 가계자산 비중 구성 비교

한국증시는 여전히 싸구려 취급을 받고 있다. 국내 코스피200 기업의 PBR은 0.90배로 미국 상장주 평균(4.6배)과 비교하면 크게 밑돌고, 24개 신흥국 평균(1.6배)과 비교해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본 닛케이255지수(1.4배)보다도 40%가량 더 낮다. PBR이 1배도 안 된다는 것은 주주 입장에서 기업을 청산해서 파는 게 더 유리하다는 의미다. 시장가 1만 원짜리를 9000원에 파는 것보다, 청산을 하면 1만 원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 것은 북한의 위협 등 지정학적 요인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액주주를 홀대하는 분위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낮은 배당 성향 등 미흡한 주주 환원 정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중 43%를 차지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 밖에 회계 불투명성과 단기 투자 성향, 기관 투자자 기반 부족 등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금융당국은 이달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해 상장사들의 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주요 투자 지표를 공시하고, 기업 가치 개선 계획을 공표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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