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복당'이 부른 野 내전…이재명의 큰그림?

입력 2024-01-3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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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복당 권유에 친문 들썩…"尹만 반대하면 우리 편인가"
총선 앞 '반문+반윤' 영입 통한 '친문 차도살인' 관측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당대표 2024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복당 권유를 받은 이언주 전 의원 거취를 두고 친문(친문재인)계가 반발하고 있다. 반윤(반윤석열)이라는 이유만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당적을 버린 이 전 의원을 쉽게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전 의원 영입에 이 대표의 친문 견제 의중이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31일 야권 등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 전 의원의 민주당 복당 기류가 짙어지자 친문 인사들이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갈라섰다 해도 그 전 민주당 탈당 과정에서 보인 행적이 부적절한 데다, 비명계 탈당파 4명도 붙잡지 못한 상황에서 이 전 의원의 복당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최근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의원은 (민주당 탈당 뒤) 태극기부대에 준하는 온갖 야멸찬 이야기를 문 전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쏟아냈다"며 "윤석열만 반대하면 모두가 우리 편인가"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당에 실익도 없고 중도 확장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2012년 민주통합당(옛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해 경기 광명을에서 19·20대 의원을 지냈지만, 친문 패권주의와 '86 운동권' 등을 비판하며 당 주류와 갈등을 빚다 2017년 탈당했다. 그 뒤 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을 거쳐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21대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당에 남았고, 대선 이후 윤석열 정부와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의혹 등을 비판하다 탈당했다.

급기야 이 전 의원이 먼저 민주당에 복당을 타진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에서 "현직 의원 중 이 전 의원과 가까운 분이 계신데, 그분을 통해 연락이 왔다고 한다"며 "'(이 전 의원이) 복당을 원한다'는 이야기를 이 대표가 전해듣고 (이 전 의원에게) 전화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당하려면) 불출마에 준하는 선당후사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친명(친이재명)계는 이 전 의원의 복당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최근 MBC라디오에서 "윤석열 정부 탓에 대한민국이 폭망의 길로 가는데 어떻게 중단시키고 앞으로 가게끔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비슷하다"며 "그 방향에서 (이 전 의원과) 같이 할 수 있는 지점은 같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의 이 전 의원 영입이 22대 총선 출마 채비에 나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핵심 친문을 솎아내기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 대표 입장에서 친문이 당내 세력을 키우는 것이 달갑지 않지만, 직접적으로 견제하긴 부담이기에 이 전 의원과 같은 '반문+반윤' 인사를 통해 이른바 '차도살인'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전 의원은 임 전 실장이 출사표를 낸 서울 중성동갑 출마설도 거론되고 있다.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불출마를 전제로 복당하라는 건 아예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라며 "공천 문제를 꼭 짚은 걸 보면 친문이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는 맞는 것 같다. 물론 문재인 정부도 그렇게 두들겼으니 꽃가마를 태워주기는 싫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현종 정치평론가는 지난달 30일 채널A뉴스에서 "이 대표의 이 전 의원 영입 목적은 친문 겨냥"이라며 "임 전 실장을 비롯해 친문들이 출마를 준비하다보니 자신이 할 수 없는 것, 이 전 의원을 앞세워 친문 세력을 공격해 이득을 얻으려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련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 핵심 당직을 맡은 한 다선의원은 "이 전 의원 복당을 갖고 친문 견제니 뭐니 하는 것은 소설에 불과한 이야기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복당을 반대한다. 한 번 배신한 사람은 결국 다시 배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의 거취가 당내 계파전으로 비화하면서 복당 불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전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에서도 내부 정리가 안 된 상황에서 확답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의 '복당 선후관계가 틀렸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해선 "내가 민주당에 복당을 먼저 요구했다면 바로 가면 되지, 지금 왜 '진지하게 고민하겠다'며 이러고 있겠나.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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