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프로젝트냐, 파멸의 시작이냐…뇌에 인공 칩 심은 첫 인류 탄생 [이슈크래커]

입력 2024-01-3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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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P/뉴시스)
뇌에 인공 칩을 심은 첫 인류가 등장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뇌 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처음으로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했다고 밝힌 것인데요.

29일(현지시간) 머스크는 X(옛 트위터)에 “어제(28일) 첫 환자가 뉴럴링크로부터 이식(implant)받았다”며 “환자는 잘 회복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머스크는 “뉴럴링크의 첫 제품은 텔레파시(Telepathy)”라며 “생각만으로 휴대전화나 컴퓨터는 물론 거의 모든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초기 사용자는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며 “스티븐 호킹이 타자를 빨리 치는 타이피스트(typist)나 경매인(auctioneer)보다 더 빠르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것이 목표”라고 부연했죠. 세계적인 물리학자였던 스티븐 호킹은 21살 때부터 근육이 위축되는 루게릭병을 앓아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하며 생활했습니다.

맞습니다.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는 시각·사지 등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손과 발, 의사소통 수단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머스크는 이날 “선천적으로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나 눈을 한 번도 쓰지 못한 사람도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죠.

머스크가 자신한 뉴럴링크의 목표는 얼핏 보면 맹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듯합니다. 장애나 질환을 가진 이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뉴럴링크가 개발 중인 기술에 대해선 상당한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습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간 뇌에 BCI 칩 이식한다…원숭이, 생각만으로 컴퓨터 게임 즐기기도

머스크가 뉴럴링크를 설립한 건 2016년입니다. 그는 인간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해 뇌파를 읽고 분석, 생각만으로 각종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발상에 많은 이들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뉴럴링크는 원숭이 등 동물들을 대상으로 칩 이식 실험을 진행하며 프로젝트를 수행해왔죠.

뉴럴링크는 2019년 발표한 연구 성과에서 쥐의 뇌에 칩을 이식한 후 컴퓨터와 무선통신으로 연결했다고 밝혔습니다. 2020년에는 돼지의 뇌에 칩을 이식, 돼지가 냄새를 맡을 때 발생하는 뇌파를 수집하는 영상도 공개했죠.

2021년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칩을 삽입했다는 원숭이가 간단한 게임을 즐기는 실험 영상을 공개해 큰 화제를 빚었습니다. 공개된 영상에서 원숭이는 조이스틱을 이용해 화면 속 동그란 점을 사각형에 옮기는 게임을 수행했는데요. 사각형에 점을 옮기는 데 성공하면 따로 연결된 호스에서 바나나 음료가 나오는 방식입니다.

원숭이가 게임을 하는 동안 뇌의 패턴이 충분히 칩으로 학습되자, 연구진은 조이스틱의 연결을 끊었습니다. 연구진은 게임이 원숭이의 손과 팔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뇌 패턴을 따라 움직이도록 신호를 매핑했고, 게임은 조이스틱 없이 화면만 두고 진행됐습니다. 게임 ‘퐁’(블록 깨기)에 도전한 원숭이는 생각하는 대로 블록을 움직여 사방으로 움직이는 공을 막아냈죠.

당시 머스크는 “곧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을 하겠다”고 말했고, 2022년에는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타이핑하는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그리고 뉴럴링크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 허가를 받아냈습니다. 이로부터 4개월 만인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실험 참가자를 모집했는데요. 뉴럴링크 측은 BCI 삽입을 통해 사람이 생각만으로 컴퓨터 마우스나 키보드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초기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머스크는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 시각 장애인이 시력을 회복하고, 사지 마비 환자가 움직이도록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죠.

▲2021년 4월 뉴럴링크가 유튜브에 게재한 원숭이 뇌 실험 영상. (출처=유튜브 채널 ‘Neuralink’)
“실험용 동물 1500마리 죽었다”…내부 고발 이어지기도

사람과 동물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인 뉴런은 전기 신호로 데이터(운동 명령, 감각 신호 등)를 전달합니다. 이때 칼륨·나트륨·이온 등의 화학 물질을 교환해 전기 신호를 생성하는데, 뉴럴링크는 이런 전기 신호를 통해 뇌의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뉴럴링크 측은 이를 ‘뇌 임플란트’라고 부릅니다. 뇌에 전극을 꽂아 뉴런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뉴런이 전하는 전기 신호를 읽어내는 기술인데요. 사람 뇌엔 약 1만 개의 전극을 심어야 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뉴럴링크의 임상시험이 최종 완료되기까진 약 6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임상 대상은 경추 척수 부상과 이른바 루게릭병이라 불리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SL) 등으로 인한 사지마비 환자인데요. 뉴럴링크는 운동 의도를 제어하는 뇌 영역에 BCI 칩을 외과적으로 이식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이 생각만으로 컴퓨터 커서와 키보드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첫 번째 목표죠.

FDA의 임상 허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현재 기술에 아무런 위험이 없는 건 물론 아닙니다. 뉴럴링크는 기술 개발을 위해 2018년부터 많은 실험용 동물을 희생해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뉴럴링크는 주로 원숭이, 양, 돼지 등을 대상으로 동물 실험을 진행해왔는데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BBC는 2022년 12월 뉴럴링크의 내부 문건을 입수, 2018년 이후로 약 1500마리의 동물이 실험에 이용된 후 죽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농무부 감찰관실은 동물복지법에 따라 뉴럴링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죠.

뉴럴링크는 그해 2월에도 같은 논란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무분별한 동물 실험에 반대하는 ‘책임 의료를 위한 의사회’(PCRM)는 실험 이후 죽은 원숭이들에게서 발진과 뇌출혈의 흔적을 발견했으며, 원숭이들이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침습적인 뇌 수술의 결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는데요. PCRM은 고통을 참지 못한 원숭이들이 손가락과 발가락을 뜯어내는 자해 행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뉴럴링크는 동물 실험에 대한 모든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있으며, 동물들에게 가능한 한 최선의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죠.

뉴럴링크는 임상에서도 당초 참가자 총 10명에게 BCI를 이식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FDA가 안정성을 문제로 더 적은 숫자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일론 머스크 X 캡처)
최종 목표는 인류의 ‘영생’?…일각선 ‘윤리 문제’ 지적도

머스크와 뉴럴링크의 최종 목표가 각종 장애·질환의 치료는 아닙니다. 머스크는 사실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죠.

머스크는 기억을 저장, 복원할 수 있는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는 2022년 4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의 뇌를 로봇에 다운로드하는 게 가능하다”며 “이 방식으로 인간이 영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뉴럴링크의 단기적 목표가 뇌 손상, 척추부상 등으로 인한 장애나 질환을 치료하는 거라면, 장기적 목표는 인간의 두뇌를 외부에 통째로 저장, 다운로드해 사실상 ‘영원히’ 살 수 있도록 하는 셈입니다.

이를 위해서라면 뉴럴링크의 임상시험은 초기 관문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인간 뇌에 칩을 이식하는 데 성공할지라도, 그다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이 과정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앞서 임상시험 자체도 수년간 연기된 바 있습니다. 게다가 뇌 연구는 인류 과학의 마지막 영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아직 뇌 연구를 통해 인류가 획득한 수준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했을 때 몸에 어떤 영향을 줄지,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도 없다는 데서 우려가 큽니다.

시험은 성공적으로 끝날지 몰라도, 윤리적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인간과 기계의 결합이 옳냐는 건데요. 뉴럴링크의 뇌 임플란트와 같은 신경공학 기술은 뇌의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조작할 수 있어 윤리적 보호 장치가 없다면 인간의 정체성, 사상의 자유, 프라이버시 및 기억의 핵심 개념인 기본권과 기본적 자유를 위협하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을 현실의 법과 인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됐죠.

애나 웩슬러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의료윤리학 교수는 “윤리적인 관점에서 뉴럴링크에 대한 과장된 주장은 굉장히 우려스럽다”며 심각한 신체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헛된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지금은 회사를 떠난 맥스 호닥 뉴럴링크 공동창업자는 과거 X에 “우리가 원한다면 아마 쥐라기 공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유전자 공학 기술이 생물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자신한 바 있습니다. 1993년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쥐라기 공원’은 한 부유한 사업가가 유전자 복제 기술을 통해 멸종한 공룡을 되살려내고 인간의 통제로 공룡 테마파크를 만들려 하지만, 부활한 공룡들이 인간을 공격하고 놀이공원의 파멸을 가져온다는 이야기를 다루죠.

FDA 승인은 받았을지 몰라도, 뉴럴링크가 직면한 장기적 안정성 여부, 윤리 등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미 동물 실험을 통해 거센 비판을 받은 전적이 있는 회사가 어떻게 연구와 임상을 진행해나갈지 주목되는데요. 뇌신경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분야가 보편·활성화되지 않은 만큼, 적절한 규제 역시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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