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춘계 노사 협상 시작…‘물가·임금·금리 선순환’ 펼쳐질까

입력 2024-01-2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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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기업 다수, 올해 5% 이상 임금 인상률 검토
구직자 희망 시급 평균, 4년 전보다 15.9%↑
물가 상승·인력난에 희망 임금 올라
마이너스 금리 정상화 위한 마지막 단계

▲2020년 11월 20일 일본 도쿄의 한 지하철역 통로가 출근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올해 일본의 춘계 노사 협상이 사실상 시작됐다. 경제 정상화를 위해 지속적인 임금 인상 여부가 관건인 가운데 일본이 물가·임금·금리 선순환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연초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주최한 신년회에서 다이와증권그룹과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을 포함한 일본 대기업들은 올해 7%의 임금인상률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이단렌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던 5%의 임금 인상률보다 높은 것이다. 노무라홀딩스는 젊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을 10% 이상 올리겠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구직자들이 희망하는 임금 수준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본 구인 서비스업체 인디드재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시간제 근로자가 희망하는 시급 평균은 1489엔(약 1만3440원)이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월 대비 15.9%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3.2% 상승하며 물가 상승률 목표치(2%)와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2.3%)을 뛰어넘었다.

희망 월급도 18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2% 이상 올랐다. 지난해 12월 구직자들의 희망 월급은 35만2492엔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2.7% 상승했다.

서비스직을 중심으로 인력난이 심화하면서 희망 임금이 올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디드재팬의 아오키 유스케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노동시장 경직성 때문에 구직자들이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희망 시급 상승률이 실제 임금 인상률을 웃돌면서 비정규직에서의 임금 인상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시간제 근로자의 시급은 1301엔으로 2019년 동월 대비 10.3% 증가했다. 희망 상승률보다 약 5%포인트(p) 낮다. 닛케이는 “중소기업·시간제 근로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최저시급으로 임금 인상 압력이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일본 전국 최저임금 평균은 1004엔으로 2019년 대비 11.5% 오르는 데 그쳤다.

다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높아진 임금 인상률을 견딜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히토츠바시대학원의 후쿠하라 마사히로 교수는 “물가 상승분을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전가할 수 있을 만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대전제”라며 “그렇지 않은 기업에 임금 인상은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정부가 제시한 2% 목표를 달성한 지 곧 3년째로 접어든다. 일본이 30년간 이어진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마이너스 금리 종료에 앞서 물가·임금 상승이 이뤄져야 한다. 닛케이는 “정체된 일본의 임금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비정규직과 여성, 고령층을 중심으로 임금 상승의 물꼬를 터야 한다”며 “인력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이들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물가 상승을 배경으로 한 임금 인상이 경제 선순환의 1단계라면, 2단계는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이 돼야 한다. 생산성 향상에 기반한 임금 인상의 지속력은 훨씬 더 강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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