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 유예 불발…산업계, VR 기술 도입 늘어나나

국회서 중대재해법 전면 시행 유예 불발
“VR 기술 활용한 안전·직무 교육 늘어날 것”
대기업에선 이미 VR 프로그램 도입 사례 늘어
“중소기업서 처벌 사례 나오기 전까진 도입 꺼릴수도”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 유예가 불발됨에 따라 VR 기술을 활용한 안전 및 업무 교육을 하는 직원 50인 미만의 업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선, 건설, 방위산업 등 중공업계는 국회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 처리가 25일 최종 무산됨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한 고심이 깊어졌다.

중소기업 등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중대사고 발생으로 사업주가 징역형까지 받게 된다면 ‘줄폐업’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며 시행 유예를 촉구해왔지만, 결국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며 27일부터 법 적용 대상 확대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기존보다 많은 업체가 안전 및 업무 교육 등에 VR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VR 시뮬레이션을 통해 안전사고 시 대처 방안을 학습할 수 있고, 업무 교육의 경우 기존보다 비용 혹은 소요 시간을 더 줄이면서도 안전하고 빠르게 업무 습득이 가능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선제적으로는 업체에서 직원들이 다치는 상황을 피하고자 메뉴얼 정비, 안전 지침 강화 등에 더 신경을 쓸 것”이라며 “또한, 위험한 상황 자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기존엔 예산 문제로 도입을 꺼렸던 업무 교육 등을 안전히 진행할 수 있는 VR 프로그램 도입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대적으로 위험한 업무가 많은 중공업계 대기업들은 2022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았던 만큼, VR 기술을 활용한 안전 및 업무 교육을 지속 확대해왔다.

한화오션은 VR 기술을 활용한 블라스팅 교육 프로그램 ‘리얼 블라스트’를 개발해 교육에 활용 중이다. 블라스팅은 철판에 도료를 칠하기 전 표면의 녹을 제거하는 등 풀질 확보에 필수적인 전처리 작업이다.

프로그램 개발 전에는 훈련자가 실제 선박 블록에 올라 경력직원에게 교육을 받는 식으로만 기술 습득이 가능해 안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리얼 블라스트 개발로 실제 블록 형상을 그대로 재현한 가상공간에서 안전한 블라스팅 훈련이 가능해졌다. 블라스팅 교육 VR 프로그램은 한화오션이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경기 판교에 위치한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에 ‘버츄얼 트레이닝 센터’를 개장했다. 센터 내에는 실제 건설장비 작동 원리를 적용한 굴착기 RC 모델 15대, 실제 작업장을 14분의 1 비율로 축소한 실내 훈련장, VR 체험존 등이 마련됐다.

훈련자가 실내 훈련장에서 VR 고글을 착용하면 실제 장비 운전석과 같은 시각으로 RC 모델을 활용해 훈련할 수 있다. 또한, VR 체험존에서는 훈련자가 굴착기 캐빈에 앉아 가상현실 속 작업 현장에서 건설장비 조종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확대 유예가 무산됐지만, 당분간은 VR 기술 적용을 적극 검토하는 50인 미만 업체가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지 2년 정도 됐는데, 실제 대법원에서 실형 선고가 나온 것은 단 1건에 불과하다”며 “실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처벌 사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비용이 많이 드는 VR 프로그램 도입보다는 안전 매뉴얼 강화 등에 더 초점을 맞출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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